[단독] 우월한 지위 남용해 불공정 거래... 中企 목줄 죄는 에쓰오일

                                                                       [▲S-OiL 사옥]

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 에쓰오일(S-OiL)이 중소 협력업체를 상대로 우월한 지위를 남용해 이른바 '갑질' 횡포를 벌이고 있다. 계약이 뜻대로 안되자 자금 사정이 어려운 중소기업의 약점을 이용해 불공정 거래를 저지르며 몽니를 부리고 있다.

특히 액화석유가스(LPG) 판매 대리점이 요청한 지원자금을 에쓰오일은 특별한 이유 없이 내주지 않고, 담보로 잡아둔 해당 대리점 소유 부동산의 근저당권 설정을 수년째 풀어주지 않아 LPG 판매 대리점의 자금융통을 막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현재 LPG 가스판매업을 하는 한일가스산업(이하 한일가스)을 상대로 5억4691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한일가스와 에쓰오일은 20여년을 넘게 LPG 공급 계약을 맺은 긴밀한 비즈니스 파트너였다.

에쓰오일 측은 한일가스가 LPG 판매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일가스 관계자는 "에쓰오일과 맺은 LPG 판매 계약서에 따라 3개월 전 통보 후 정상적으로 계약을 해지했다. 경쟁사인 SK가스와 계약체결 후 비롯된 에쓰오일의 보복성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소송은 앞서 지난 2014년 한일가스가 에쓰오일 측에 자금 지원 요청을 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한일가스의 주고객인 택시회사들은 차고지 난으로 택시 차고지를 시외로 이전했고, 한일가스는 LPG 판매의 어려움이 생겼다.

이에 한일가스는 2014년 2월 '주차장 부지매입 및 운수회사 유치를 위한 지원자금' 30억원을 에쓰오일 측에 요청했다. 에쓰오일은 같은 해 6월 한일가스에 22억원만 지원하기로 하는 수정안을 제시했고, 한일가스에 담보제공을 요구했다.

담보제공을 위해 한일가스는 2014년 7월 성남시에 있는 58억원 남짓의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기로 했고, 에쓰오일은 근저당권 설정을 완료했다. 그러나 에쓰오일 측에서는 1년 가까이 이런저런 문제를 제기하며 한일가스에 약속한 22억원을 지원하지 않았다.

결국 한일가스는 2015년 8월까지 에쓰오일과 맺은 계약을 같은 해 5월 해지 통보했다. 그러자 에쓰오일 측에서는 국내영업 부문장인 Y 전무를 비롯한 ​에쓰오일 영업직원이 한일가스를 찾아가 장려금 등의 구두계약을 내걸고 해지를 막으려했다.

한일가스 관계자는 "이후 에쓰오일 측은 세 차례에 걸쳐서 합의 구두계약 및 자금지원을 약속해 놓고 이렇다 말도 없이 8월에 지속거래 요청 공문만 보냈다. 22억원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에쓰오일 측은 22억원 지원에 대한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한일가스는 자금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2016년 2월 SK가스와 거래를 맺을 수밖에 없었다. 한일가스가 경쟁사인 SK가스와 신규 계약을 맺자 에쓰오일은 즉각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선 것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전제조건인 부지 형질 변경을 한일가스 측에서 이행하지 못해 자금을 지원할 수 없었다. 한일가스 측에서는 기존에 체결한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채 거래를 일방적으로 중단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일가스 관계자는 "자금대여 계약 조항에 형질변경 조건은 없다. 무엇보다 여전히 에쓰오일 측은 담보로 잡은 부동산을 풀어주지 않고 있다"면서 "공정거래위원회에도 해당 건을 바로 잡아달라고 진정서를 제출했으나 채권과 채무 사이라며 도움을 줄 수 없다고 했다. 결국은 민사소송을 통해서 밖에 풀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에쓰오일은 지원자금을 내주지도 않았고 기타 약속했던 판매 장려 정책 사항들도 이행하지 않았다. 강압에 의한 불공정거래 행위를 요구하고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