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층 이하로 재건축하게 되면 지금처럼 성냥갑 아파트만 들어서게 될 것이다. 서울의 부촌 1번지라는 명예를 되찾기 위해서는 50층 아파트로 재건축 돼야 한다."(압구정 구현대아파트 주민 B씨)
19일 찾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2차아파트 단지에는 강남구청으로부터 추진위원회 구성 공공지원을 확정받은 것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지난해 10월 서울시가 압구정 아파트 지구를 지구단위계획으로 묶어 개발하겠다는 발표를 한 뒤 강남구는 구역별 추진위 구성을 지원하겠다며 주민의견을 수렴하고 나섰다.
하지만 5구역인 한양1·2차 아파트를 제외한 나머지 구역들은 현재 재건축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얽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에 처했다. 서울시가 한강변 주거단지 층수를 35층 이하로 제한하면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는 주민과 아파트의 노후화가 심해 재건축이 시급하다는 주민들 간의 갈등이 증폭되면서다.
구역별로 살펴보면 2구역 신현대아파트가 주민 1968명 가운데 822명이 찬성해 41.76%의 찬성률을, 3구역 구현대와 신사현대아파트가 주민 4065명 가운데 1772명이 찬성해 43.59%를 기록했다. 이어 4구역 현대8차와 한양3·4·6차 아파트는 1374명 가운데 622명이 신청해 45.26% 찬성률을 보였다. 이 가운데 5구역 한양 1~2차 아파트만 주민 동의율 50%를 넘기면서 재건축 추진위 구성 조건을 갖췄다.
강남구 관계자는 "공식적인 주민 투표기간은 끝났지만 계속해서 주민 의견을 수렴해 50% 찬성 동의를 받으면 추진위를 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압구정 아파트 지구 가운데 단지가 가장 큰 구현대아파트의 경우 '35층 층수 제한'에 대한 주민 의견이 가장 엇갈리고 있다. 단지내 상가에서 만난 주민C씨는 "주민들은 35층 이상 아파트를 올리는데 관심없다"면서 "건물 노후화가 심하고 주차공간도 협소해 재건축이 빨리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반면 신영세 구현대아파트 주민소통협의회 간사장은 "지금 추진위를 만들면 규제 완화에 대한 성과도 보지 못하고 직원들 월급과 사무실 운영비 등 돈만 낭비하게 되고 이는 고스란히 소유자들의 부담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구현대아파트는 이밖에도 재건축 관련 모임이 4개 가량 생기면서 재건축 주도권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주민 D씨는 "재건축을 추진한다고 10여년이 지나면서 몇몇 모임이 만들어진 것으로 안다"면서 "서로 기득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심해 정작 재건축은 진전이 없다"고 호소했다.
재건축 추진위 찬성률 41.76%의 찬성률을 보인 2구역 신현대아파트는 아직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이끄는 단체가 없다. 이 아파트 앞에 위치한 E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신현대아파트는 투자를 위해 소유한 사람들 보다 실제 거주하는 주민이 더 많아 적극적으로 재건축을 추진하는 사람들이 없다"며 "현재 이곳도 여론을 리드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져 입주자대표회의 중심으로 추진위 구성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1구역 미성1차는 단독재건축 추진을 주장하며 서울시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같은 구역으로 묶인 미성2차가 재건축 사업시행기간이 도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성1차 주민 F씨는 "2차는 오는 12월에 재건축 시한이 충족된다"면서 "함께 가게되면 재건축 사업이 너무 늦어진다"고 말했다.
6구역인 한양7차의 경우 한양5·8차와 통합재건축을 원하고 있으나 5·8차 주민과의 의견이 상충되면서 협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강남구 관계자는 "7차가 조합이 설립돼 있기 때문에 5·8차와 통합재건축을 하게 되면 조합설립변경인가만 신청하면 사업 속도가 굉장히 빠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동안 보합세를 유지하던 강남구 압구정 구현대 1·2·3단지 아파트는 이번달 둘째주 가격이 2500만원~5000만원 하락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서울시가 재건축 층수 제한에 대한 입장을 재표명한 후 약간의 아파트 가격이 하락했으나 그러다가 또 거래가 전무하면서 가격이 보합을 띠고 있다"면서 "매도자·매수자 간 눈치싸움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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