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화보 장페이젠(張培堅) 기자 =햇빛이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시 톈이거(天一閣)박물관의 정자와 누대, 얼룩덜룩한 회색 벽을 비추자 현존하는 중국 최초의 장서각의 세월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후원에 있는 3층짜리 작은 누각에서 고서적 복원사 셰룽룽이 밀전분으로 만든 풀을 조심스럽게 붓에 찍어 매미 날개처럼 얇은 종이를 들어 고서적에 난 구멍에 메운 다음 핀셋으로 남은 종이를 깔끔하게 정리했다. “이 작업은 역사와의 대화이고 문화와의 대화다.” 셰룽룽은 이렇게 말했다.
올해 28세인 셰룽룽은 장쑤(江蘇)성 난퉁(南通) 사람이다. 2011년 난징진링(南京金陵)과학기술학원 고서적 복원과를 졸업한 뒤 톈이거박물관에서 고서적 복원 작업을 시작했다. 비인기 분야였기 때문에 2007년 중화 고서적 보호계획이 시작됐을 때 중국 내 고서적 복원사는 100명이 채 되지 않았다. 1996년 톈이거가 고서적 복원팀을 설립했을 때 복원사는 4-5명이었다. 그러다 2007년부터 고서적 복원사를 지원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지금 이곳에는 셰룽룽 같은 80허우(後, 80년대 출생자)가 주축을 이루고 있지만 90허우도 두 명이나 있다.
고서적 복원은 인내심과 섬세함을 요구하는 작업으로 한 장을 복원하는데 몇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고서적 한 권을 복원하려면 보통 1-2달이 걸리고 심지어 1년 이상이나 걸리는 경우도 있다. 복원사의 솜씨를 필요로 하는 작업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고독함을 견디는 힘이다. 수입이 많지 않고 곰팡이 냄새를 풍기는 고서적을 날마다 상대하다보니 1-2년 하다가 직업을 바꾸는 복원사도 많다. 한때 셰룽룽도 고민에 빠졌지만 자기 손으로 복원해낸 고서적들이 연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보고 마음의 평안을 찾았고 계속해나갈 수 있었다.
복원 작업에는 냉정함과 안정감이 필요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셰룽룽은 열정이 넘친다. 그는 전자 피아노 연주와 레이싱 게임을 즐기고 여자 아이돌 그룹인 ‘SNH48’을 좋아해 그들의 공연과 레이싱 대회를 보기 위해 직접 상하이(上海)에 가기도 했다.
셰룽룽은 “처음에는 좋아해서 고서적 복원 작업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책임감이 더 크다. 문물을 더 잘 보존하고 계승하여 후세가 우리가 보호한 것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가 하는 일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성취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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