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진순현 기자= 제주 시민복지타운 시청사 부지에 도남 주민들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행복주택 사업을 밀어붙여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복지타운 시청사 부지는 당초 2001년 제주시 도시기본계획에 의거 시민복지타운이 시가화예정용지로 결정된 후 제주시청이 옮겨 가려던 곳이다.
하지만 행정구조개편에 따라 제주시의 자치권이 상실되면서 시청 이전이 보류, 10여 년간 논란의 불씨만 남겨 놓았다. 시민복지타운내 토지주들은 “제주시청이 이전해 올 것을 전제로 준주거용지를 분양받았다”고 한목소리 냈다.
지난 14일 제주도의회에서 열린 ‘시민복지타운조성이 도시문화에 미치는 영향’ 주제 정책토론회에서 토지주들은 “공유지를 함부로 해선 안된다. 공무원 몇 명이 어떻게 할 수 있는 땅이라 생각하나. 65만 도민에게 의견을 물어봐야 한다”며 “특히 지난 2011년 김병립 전 제주시장의 시청사 이전 철회 선언부터 법적 근거를 갖추지 못했다”며 원점 재검토를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행복주택 관련 용역 중간보고서를 마무리하고 설계에 들어간다는데 ‘공론화를 거치겠다’는 원희룡 지사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단 한번의 공론화 작업도 없이 확정하려는 듯하다”며 “용역 결과가 어떤 식으로 나오든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주도는 행복주택 입지를 변경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다음날인 15일 시민복지타운 시청사 부지 활용 방안에 대한 중간 용역결과를 밝혔다.
시청사 부지 4만4000㎡중 30%에 한해 행복주택을 조성하되 나머지 40%는 공원, 30%는 공공시설로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행복주택의 조성면적 비율은 전체 면적의 50%였다. 조성면적은 30%로 줄었지만 입주 세대는 종전과 같은 700세대가 들어선다.
제일 큰 규모의 세대는 45㎡. 이곳엔 방 2개로 2명의 신혼부부 위주로 입주시킬 예정이며, 제일 작은 입주면적은 16㎡로 대학생들을 위한 원룸형이다.
시민복지타운에서 연북로로 빠지는 오남로 4차선 도로를 6차선으로 확장하며, 복지로와 중로의 너비를 20m 도로로 넓혀 잇는다. 또 이도주공 2-3단지 재건축 부지 좌측부터 연북로와 연삼로 사이에 동서축을 잇는 도시계획도로를 새로 개통한다.
도시계획도로는 행복주택이 완공되는 시점에 개통할 예정이며, 중로를 잇는 복지로도 이 때 개통할 방침이다. 중로와 오남로 확장은 행복주택 완공 후 5년 내 추진할 계획이다.
행복주택 반대 토지주들은 “시민복지타운 바로 옆 400여 세대 규모 도남주공아파트도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다”며 “공동주택이 들어설 경우 제주시 보건소 사거리는 그야말로 교통지옥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주발전연구원도 이날 내놓은 ‘시민복지타운 시청사 부지 활용 방안’에 대한 중간 용역 결과를 발표에서 시민복지타운 일대의 교통난 심각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오후 첨두시(하루 중 가장 많은 인원이나 차량이 통행하는 오후 6~7시) 기준으로 했을 때 연삼로, 연북로, 동서광로, 중앙로 등 주요 주변 도로의 교통 서비스 수준(Level Of Service)은 A~F등급 가운데 밑바닥에 해당하는 E~F등급에 머물렀다.
특히 연삼로의 경우 첨두시 때 통행량이 3661대에 달해 가장 교통난이 심각한 곳으로 꼽혔다. 같은 시간대 나머지 도로의 통행량이 적게는 630여대에서 많게는 1280여대를 기록한 것에 비해 눈에 띄게 많은 수치다.
한편 제주주거복지포럼은 ‘제주도의 주거현실을 제발 직시합시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도남 행복주택을 시급히 건설하라”며 “무주택 서민과 주거약자 보호에 동참하자”고 제안했다.
행복주택 반대 측의 논리에 대해 “아이도 없고 차도 없는 주거약자들이 무슨 혼잡을 유발한다는 것이냐”고 일축했다. 시청 또는 도청 이전 요구에 대해서는 “개발지상주의자와 토건족의 대변자들이 행해 왔던 도시계획을 답습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제주도는 오는 28일까지 도민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고 밝혔지만 논란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