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이머징 퓨처 인스티튜트(Emerging Future Institute) 연구소의 미래학자인 벤저민 버틀러 교수는 최근 격화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 환율전쟁에 대해 "중국이 미국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버틀러 교수는 오는 21일 개막하는 '2017 아시아태평양 금융포럼'에 앞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누가 (미국을 상대로 한) 전쟁에서 이길 수 있겠나"며 "서구 매체들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정책과 관련해 갖고 있는 영향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미국은 여전히 세계의 기술 개발 센터이자 거대한 재화·용역시장"이라며 "중국이 세계 1위 경제국인 미국을 상대로 한 무역·환율전쟁에서 이기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이 불균형을 해소하려면 더 큰 위기를 겪어야 할 수도 있다"며 "중국은 금융시스템에서 신용이 과도하고, 설비 과잉 문제도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버틀러 교수는 또 중국 위안화에 대해 "중국이 완전한 준비가 안 됐는데도 국제사회가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편입을 용인한 것은 국제 금융시스템에 합류해 더 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면서 "위안화가 큰 잠재력을 실현하려면 더 높은 차원의 자유화와 개방 경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트럼프 정부, 한국과 중국 악영향 받을 가능성 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국제 금융시장 변화에 대해서는 "트럼프의 집권은 미국 시장에 심리적 영향을 줬다"면서 "투자자들이 이데올로기를 고수하지 않는 실용주의자이자 사업가인 트럼프의 가능성에 열광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 정책 상당수는 미국인 다수에 도움이 되지 않아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바람이 있다"면서 "규제완화, 감세, 기반시설 투자 확대 등이 경제에 시동을 걸어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정책이 아시아 지역에서 비대칭적인 충격을 줄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일본 등 일부 국가는 미국과 관계가 더 가까워져 이익을 보겠지만 여러 산업 분야에 걸쳐 대규모 설비과잉 문제가 있는 중국과 같은 나라들은 대미(對美) 무역 급감으로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한국의 경우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곤란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중국에 무역을 많이 의존하고 있지만 기술이나 안보를 위해서는 미국이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중국 정부와 큰 불화를 야기했다"고 꼬집었다.
◆ 새롭게 들어설 한국 정부의 역할 중요
이에 따라 새롭게 들어설 한국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버틀러 교수는 "한국의 새 대통령이 이를 중재할 수 있는 기회가 크다고 본다"면서 "한국의 진짜 기회는 싱가포르처럼 동북아시아의 민첩한 지정학자가 되는 데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은 교육 및 기술 수준이 높지만 미래학자처럼 앞을 내다보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면서 "어쩌면 가장 큰 기회 중 하나는 북한과 통일을 하는 과정에서 나타날지 모른다"고 말했다.
버틀러 교수는 유럽연합(EU)의 분열, 트럼프 당선에 따른 미국 사회 불안 등으로 새로운 위기가 나타나 금융시장에서 먼저 균열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현 시스템은 과도한 부채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또 다른 금융위기를 맞을 것이다"면서 "첫 신호가 어디서든 나올 수 있어 시스템을 역사적으로, 체계적으로 모니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서는 "다른 모든 산업처럼 금융산업에도 엄청난 파괴적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며" 인공지능(AI)과 로봇이 다른 산업에서처럼 금융산업에서도 제 역할을 할 것이다"고 바라봤다. 특히 "금융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특히나 파괴적 혁신의 적기를 맞았다"며 "다음번 위기 때 파괴적 혁신이 가속화되면 많은 기존 업체들이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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