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최근 잇따라 유럽 국가와 손을 잡는 일본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반(反)세계주의를 주창하고 있는 트럼프 시대에 대비하는 동시에 남중국해를 두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조치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이 21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현재 유럽 순방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아베 총리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 '핵연료 실증로'의 공동 연구 개발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최근 일본 정부가 이른바 '꿈의 원자로'로 불리던 고속 증식로 몬주를 폐로할 방침을 정하면서 에너지 사업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가 2030년대 운전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는 고속 증식로 ‘아스트리드(ASTRID)'의 연구 개발에 동참해 실용화 준비에 나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은 양국의 협력을 통해 지구 온난화 대책의 일환인 파리 협정을 이행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미국 주도로 마련된 이 협정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탈퇴 의사를 내비친 가운데 양국이 기후 대응 질서를 주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보호 무역주의를 앞세우고 있는 트럼프 시대를 맞아 일본과 유럽 간 자유 무역 체제를 견지해야 한다는 데도 두 정상은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과 EU 간 경제연계협정(EPA)의 큰 틀을 조기에 마련해야 한다는 점도 공유했다.
양국 정상은 안보 분야에서도 일본 자위대와 프랑스군 함정의 공동 훈련 실시 등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첫 공동 훈련은 오는 4월말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해양 진출을 노리는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앞서 아베 총리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회담을 통해 이른바 '하노버' 선언을 채택한 상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독일과 함께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의 국제 표준 책정과 연구 개발에 공동 참여하기로 했다.
하노버 선언에는 △ 일·독 간 IoT 기술 관련 국제 표준 공동 제안 △ 제조 현장에서의 사이버 보안 강화 △ 일본 정보 통신(IT) 연구기구와 독일 인공지능 연구소 간 기술 연계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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