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재연임이 확정된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이 한전의 새로운 사업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 사장은 21일 세종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기를 팔아서 먹고사는 시대는 끝났다"라며 "온실가스 감축 부담 등으로 인해 앞으로 전기만 갖고는 수익모델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은 폭염과 저유가 등의 덕을 보면서 2015~2016년 2년 연속 10조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사장은 "탈원전 분위기 속에서 가격이 비싼 전기를 많이 쓰는 등 에너지 효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통신사 등이 전력 분야에 새로운 플레이어로 뛰어들고 있다는 점도 변수"라고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 회사들은 엄청나게 쪼개고 분사해서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며 "한전도 이런 식으로 20개로 분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사장은 이를 통해 4차 산업혁명 등 새로운 분야로 적극적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의 기술을 통해서 스마트홈,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디지털변전소,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해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사장은 "KT가 스마트에너지플랫폼을 만든다고 했는데 우리도 이것을 해야 한다"며 "전국 기지국과 데이터를 활용해 신사업을 추진하고 플랫폼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전의 일본 업체 도시바 인수 가능성에 대해서는 "도시바의 지분을 인수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 사장은 "다만 영국 원전 컨소시엄인 누젠(NuGen) 인수에는 부채·자본(데트·이퀴티, debt·equity) 등 매각 관련 구조가 정해지면 가장 빨리 뛰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시바는 최근 미국 원자력발전 부문에서 생긴 대규모 적자로 위기에 빠졌다.
도시바는 반도체뿐 아니라 미국 원전업체인 웨스팅하우스(WB)의 지배지분을 팔고 누젠의 지분도 줄이기로 하는 등 자구노력을 펼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누젠 지분 인수 후보로 한전이 거론돼왔다. 한전 고위 관계자가 누젠 인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뉴젠은 영국 북서부 무어사이드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맡고 있다. 실제로 원전 건설에 들어갈지는 2018년 결정된다.
뉴젠의 지분은 도시바가 60%, 프랑스 전력회사 엔지가 40%를 보유하고 있다.
만약 한전이 누젠의 지분을 사들인다면 자연스럽게 영국 원전사업에 진출하게 된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이후 8년 만에 해외 원전사업에 참여하는 것이다.
조 사장은 "도시바의 지분 인수는 반도체 업체가 할 문제이고 한전이 할 부분은 없다"며 "다만 누젠 인수의 경우 영국과 일본 정부 사이에 협의가 안 돼 아직 기본 구조가 결정이 안 됐다"고 밝혔다.
이어 "양측이 현재 물밑에서 수없이 왔다 갔다 하면서 만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조 사장은 다른 지역 원전 수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은 금년 말까지 제안서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사우디아라비아도 2~3년 이내에 발주하겠다고 하니 긴 호흡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사장은 지난 2012년 12월 한전 사장에 취임해 3년 임기를 마친 후 지난해 2월에 이어 재연임에 성공했다.
한전 사장이 두 차례 연임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5년 2개월간 한전을 이끌며 '최장수 사장'의 기록을 세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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