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에 들어서도 중국 침구(鍼灸)의 2010년 UN 인류무형문화유산 목록 등재, 66가지 전통중약의 유럽약전(藥典)등재 등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중의학의 핵심 치료법인 침구, 추나, 약초 처방 등은 중국을 벗어나 세계로 뻗어나가며 온 인류의 건강에 널리 기여하고 있다.
가장 ‘중국적인’ 콘텐츠
2016년 12월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이 발표한 ‘중국 중의학’ 백서는 중의학과 중약이 이미 전세계 183개국에 전해졌다고 기술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통계에 따르면 현재 침구 사용을 인정하는 회원국은 103개국에 이른다. 이 가운데 29개국은 전통의학과 관련한 법제가 마련되어 있고, 18개국에서는 침구를 의료보험체제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국제의약체계에서 중약을 인정하는 사례도 점점 늘고 있다. 러시아, 쿠바, 베트남,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 등의 나라에서는 중약이 이미 정식 약품으로 등록된 상태다.
국가중의약관리국 부국장을 역임한 리전지(李振吉) 세계중의약학회 연합회 부주석은 “중국에서는 통상적으로 경제발전이 더딘 지역에서 중의학의 인기가 높은 편이지만 해외에서는 경제가 발달한 지역일수록 중의약 연구가 활성화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 미국, 호주의 중의약 발전 현황이 오히려 남미나 남아프리카보다 훨씬 낫다”고 설명했다.
중의학을 이용해 치료를 받는 유럽인들도 점점 늘고 있다. 유럽인들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치료법은 침구다. 이탈리아 일간지 <라 스탐파(La Stampa)>는 지난 30년 간 침구 치료를 받아본 적이 있는 이탈리아인들이 대략적으로 따져도 600만명 가량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탈리아에선 1984년부터 일부 병원들이 중의학 침구진료소를 개설하기 시작했다. 그 뒤 전국 곳곳에 침구학교가 세워지면서 지금은 하나의 체계적인 커리큘럼이 마련됐다. 이탈리아 침구연합회 산하의 침구학교 7곳은 모두 3년제 학제를 두고 있고, 학생들은 반드시 400시간의 이론 수업을 이수하고 100시간의 실습과 50시간의 진료소 인턴을 거쳐야 비로소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최근에는 니코틴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침구를 활용하는 이탈리아인들이 점점 많아지는 추세다.
리 부주석은 영국, 프랑스, 캐나다의 중의학 진료소는 3000곳, 호주는 4000곳에 달하며, 전세계 중의학 교육기관의 3분의 1(209곳)이 유럽에 몰려있다고 말했다.
독일의 전통 침구 중의학회는 1960년대부터 47회에 걸쳐 ‘로텐부르크 중의약 학술교류 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는 독일과 유럽 전역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컸다. 1991년에는 베이징중의약대학교와 독일의 슈타우딩거그룹이 합작하여 베이징 중의약대학교 코츠팅병원을 설립했다. 독일에서 보험사의 인정을 받은 첫 중의학 병원이었다.
“유럽의 일반 국민들은 침구나 중의학을 받아들이는 데 거리낌이 없다. 일부 중국인들이 기피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유럽인들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국가급 원로 중의학 명의인 우중차오(吳中朝) 중국 중의과학침구연구소 부소장의 말이다. 예를 들면 중국 여성들은 임신 전 몸 관리를 위해 침구를 잘 활용하려 하지 않는다. 반면 유럽인들은 임신 준비나 임신 과정은 물론 출산 후에도 거리낌없이 침구 치료를 받는다.
“쿠바 사람들은 병이 났을 때 중의를 써도 안 고쳐진다면, 그건 정말로 고칠 수 없는 병이라고 생각한다.” 2017년 1월 3일 열린 ‘제2회 중의약 국제화포럼’에서 주쿠바 중국대사를 역임했던 쉬이충(徐貽聰)의 말에 회의장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
청중이 이 말을 이해하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는 데서 중의약에 대한 사람들의 자부심을 읽을 수 있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실시한 4차 중국 국가이미지 조사에서는 중의약이 가장 대표적인 ‘중국적 콘텐츠’로 꼽히기도 했다.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한 노력들
그러나 중의학의 해외진출 과정이 순조로웠던 것만은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서양 의학이 주를 이루고 중의약은 이를 보완하는 형태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장애물 가운데 무엇보다 문화적 배경과 이론체계의 차이가 가장 큰 문제다.
전형적인 예로 중의약 관련 어휘의 번역을 들 수 있다. 현재 과학계에서 공인하는 ‘중의약’의 번역어는 ‘Traditional Chinese Medicine’이다. 하지만 서양의학 이론에서는 ‘병’이 있어야 ‘약’을 복용할 수 있고, 병이 없는 상태에서 약을 복용하는 것은 도리어 건강을 해치는 일로 본다. 이 때문에 중국의 여러 제약기업들이 중의약을 알리는 과정에서 서양 의학이 지닌 ‘약’에 대한 이해의 문화적 차이를 간과하여 홍보 효과가 반감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물론 수년 간에 걸친 실험을 통해 유럽인들도 이제는 중의학의 침구가 내성과 독성 등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됐지만, 약초 사용에 대해서는 아직도 신중한 입장이다. 특히 ‘유럽 전통 식물약 등록명령’ 규정이 발효된 이후에는 합법적인 ‘약품’으로서의 신분을 갖추지 못한 중약이 많아졌고, 때문에 많은 중약이 건강식품이나 식품첨가제로만 판매되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중의학과 중약은 해외 진출 과정에서 자연스레 ‘표준화’ 문제에 부딪히게 되었다.
네덜란드 피터클라스테크놀러지사의 수석과학자 빌터 반 듀안 씨는 인삼의 양산 공법에 대한 표준화와 최적화 연구에 매진해 왔다. 그는 동일한 생산표준 유지, 품질 관리, 종자 규범, 공업생산 규범, 규범에 대한 효과적인 평가 등이 모두 중의약이 유럽시장 진출 과정에서 부딪히는 최대 난관이라고 생각한다.
리 부주석은 중의약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과정에서 문화나 정책, 기술 등의 장벽에 부딪히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첫째, 동서양 간 상당한 문화 차이로 인해 서양에서는 ‘천인합일(天人合一)’과 같은 중의학 이론지식이 받아들여지기가 어렵다. 둘째, 유럽에는 중의약 발전을 지원하는 법률 체계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셋째, 중의약의 발전은 소재국의 민간의료기관에 타격을 주고 새로운 경쟁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넷째, 중의약 자체에 대한 연구와 혁신이 부족하여 국제 무대에서 별다른 강점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중의약 업계는 자신의 내공을 갈고 닦으면서 중의약의 수치화와 치료 효과에 대한 연구를 강화해야 한다. 국제적으로 영향력 있는 연구 논문을 발표하고, 중의약의 과학성과 국제학술적 수준도 끌어올려야 한다. 이와 동시에 국내외 우수한 중의약 인재들을 해외로 파견하여 중의약 학원을 열고 국제 합동진찰을 하게 하는 등 글로벌 무대에서 중의학과 중약이 조금씩 스며들도록 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의학의 해외 진출 과정에는 양의(洋醫) 말고도 또 다른 강력한 경쟁상대가 있다. 바로 다른 나라의 전통 의학이다. 세계적으로 전통 의학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국가들도 점점 자국의 전통 의학을 알리는 데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의 한의학이나 인도의 의술이 세계로 적극 뻗어나가며 오히려 중국의 약재를 수출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왕궈창(王國強) 중국 중의약관리국 국장은 이에 대해 “중의학은 다른 전통 의학과 함께 세계인들의 건강을 위해 큰 역할을 발휘해야 한다. 우리는 다른 나라의 전통 의학을 존중하고 포용한다. 비록 그 기원이 중의학일지라도 말이다”라고 말했다. 왕 국장은 현재 중의학이 직면한 국제적 경쟁 현황에 대해 한층 심도있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전통의학을 보유한 나라들이 현재 적극적인 글로벌 마케팅을 펼치며 중의학과 중약의 발전을 압박하고 있다. 경영이나 자금 면은 물론이고 관련 연구 분야에서도 모두 중의학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그는 중의학의 특성을 소개하며 “다른 의학에 비해 중의약은 오랜 역사와 체계성, 뚜렷한 치료 효과, 높은 인지도 등의 강점을 지녔다”고 강조했다.
‘일대일로’를 활용한 중의학 확산
중의약이 세계로 진출하려면 법률·자금·표준·문화·시장 등 최소한 ‘5개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어떤 회사나 기업이든 이러한 관문을 넘어서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2015년 전까지는 국가의 총체적인 계획이나 정책 부재로 인해 중의약의 국제화 전략이 계속해서 ‘돌다리를 두드리고만 있는’ 상황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가 등장하고 본격적으로 실행단계에 접어들면서 중의학의 해외 진출 전략에도 전기가 마련됐다.
2015년 3월 28일 발표된 ‘실크로드 경제벨트와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공동건설 추진에 관한 비전과 행동’의 ‘민심상통(民心相通)’ 부분에는 ‘전통의약 분야의 협력 확대’가 언급되어 있다. 이는 중의약의 국제화가 이제는 ‘혼자만의 싸움’에서 벗어나 국가적 계획 차원에 포함되어 공세적인 진출을 펼치게 되었다는 점을 의미한다. 일대일로라는 역사적 기회 속에서 전통 의학은 관련국들의 새로운 협력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그 안에 내재된 중의약 서비스 무역시장의 잠재력 또한 어마어마하다.
현재 일대일로 관련국들의 중의약 무역 규모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중국 중의약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중국의 중약 수출액은 37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고, 중약의 ‘약품으로서의 지위’를 인정하는 국가도 대부분 일대일로 관련국들이다. 이처럼 글로벌 시장의 중약 수요는 빠르게 성장하며 커다란 가능성을 드러내고 있다.
같은 기간 중의학과 관련된 교육 및 의료기관의 해외합작 역시 정부 관련부처의 지원 속에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왕 국장은 2015년 중의약관리국에서 ‘국제 협력 특별항목 업무’가 통과됐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간쑤(甘肅)성 위생 및 출산 계획위원회, 중국중의과학원 광안먼(廣安門)병원 등의 기관들은 키르기스스탄, 미국,프랑스, 말라위, 말레이시아, 호주, 룩셈부르크, 러시아, 체코 등지에 정부가 지원하고 기관이 운영하는 형태로 10개의 중의약센터를 설립했다. 현재 이들 나라 별로 센터 건설, 의사 파견, 약품 현지 등록, 중의약 문화홍보 등이 괄목할 만한 진전을 이뤄내고 있다. 일부 센터는 이미 수많은 현지 환자를 유치하고 있다.
2017년에는 중의학의 국제화와 관련해 또 다른 강령적 성격의 문건이 등장했다. 1월 16일 국가중의약관리국과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공동 발표한 ‘중의약 일대일로 발전계획(2016-2020년)’에서는 ‘정책소통(疏通), 자원호통(互通), 민심상통(相通),기술연통(聯通),무역창통(暢通)’이라는 소위 ‘5통’ 과제가 제시됐다.
오는 2020년까지 일대일로를 기반으로 한 중의약의 새로운 협력 구도를 마련하고, 관련국들과 함께 30곳의 해외 중의약센터를 설립하겠다는 것이다. 또 20개의 중의약 국제 표준을 정하고 100종의 중의약 제품 등록 및 50곳의 중의약 대외교류협력 시범기지를 건설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나아가 중의학의 의약·의료적 가치 및 보양·보건의 가치에 대한 관련국 국민들의 수용도를 높임으로써 더 많은 나라에서 중의약이 법적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들어 있다.
왕 국장은 이에 대해 “현재 중의약관리국은 해당 계획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면서 “중국-아세안·중국-파키스탄·중국-뉴질랜드 자유무역지대(FTA) 업그레이드판 협상,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에서도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이 같은 방법을 통해 중의약의 시장진입 문턱을 낮추고 수출 창구를 넓히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일대일로 관련국가들과 인재 육성, 전염병 방지 등의 사안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협력을 전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왕 국장은 “정부 간 협력이라는 틀 속에서 국내외 각급 중의약 기업, 전통의학 산업단체 및 학술기관 간 다양한 교류활동을 지원해야 한다”며 “현재 매년 열리고 있는 세계중의약학술대회, 세계침구학술대회 등이 중의약 분야에서 영향력있는 국제대회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민간 부문에서 먼저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이후 정부 간 협력을 촉진하며, 다시 정부 간 협력을 통해 중의약의 해외 진출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없애나가야 한다”면서 “이같은 과정을 통해 중의약은 세계무대에서 더욱 광범위하고 탄탄하게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중국 국무원 산하 중국외문국 인민화보사가 제공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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