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窓] 세계 경제의 '문제아' 그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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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4-0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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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완 에디터]


[글로벌 에디터 이수완] 그리스가 8년째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그러나 경제난이 가중되면서 요즘 그리스 국민들의 고통이 말이 아니다.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글로벌 채권단들과의 향후 채무 협상이 잘 마무리되지 못할 경우 그리스 문제는 세계 경제의 ‘시한폭탄’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구 1100만이 조금 넘는 유럽의 소국이지만 그리스는 직접민주주의 발상지이며 서양문명의 요람이다. 하지만 급속한 재정 악화로 2010년부터 집행된 국제채권단의 구제금융으로 겨우 연명하고 있다. 그동안 경제 구조 개혁과 함께 연금 삭감 등의 강도 높은 긴축 정책에도 불구하고 뾰족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아 그리스는 세계 경제의 ‘문제아’로 인식되고 있다. 구제금융으로 제공되는 대부분의 자금은 경제 살리기가 아니라 채무를 갚는 데 사용되고 있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2009년 이래 8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실업난과 생활고가 심화되면서 그리스인들은 긴축정책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공공 근로자는 물론 연금생활자, 학생, 농민에 이르기까지 사회 각계각층의 긴축 반대 시위가 이어지면서 정치적·사회적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부채를 갚지 못해 경매로 넘어간 주택과 기업체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고 기본 생계마저 꾸리기 어려운 부모들이 자녀들을 아동 보호 시설에 맡기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가족 해체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절망에 빠진 청년들이 늘어가면서 신세대 테러단체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그리스 경제는 재정 위기 이래 4분의1이나 쪼그라들었다. GDP 대비 부채비율은 180%를 넘었다. 실업률은 23%로 치솟았고, 청년 실업률은 거의 50%에 육박한다. 

그리스 정부는 860억 유로 규모의 3차 구제금융을 지원받는 조건으로 약속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3.5%의 재정흑자를 달성하기 위해 부가가치세를 13%에서 23%로 인상했다. 또 67살로 정년을 연장해 조기은퇴를 막는 연금개혁으로 국민들은 최대 50%까지 연금이 깎이는 고통을 감수하고 있다.

3차 구제금융 분할금 집행을 위한 협상은 지난해 마감될 예정이었지만 그리스의 경제 전망과 채무 감축을 둘러싼 EU와 IMF의 이견으로 교착에 빠지면서 여전히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있다.

그리스는 오는 7월에 유럽중앙은행(ECB)에 70억 유로의 채무를 상환해야 해 추가 구제금융 분할금을 채권단에서 받지 않으면 채무불이행(디폴트)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글로벌채권단은 제3차 구제금융 지원을 앞두고 그리스에 최소 GDP의 2%에 해당하는 추가 긴축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는 연금개혁뿐만 아니라 과세기준 소득수준도 낮춰 소득세 세원을 넓히는 세제개혁도 필요하다. 추가 긴축에 대한 거센 반발에 직면한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의 고민은 깊어가고 있다.

치프라스 총리는 국제 채권단과의 협상이 타결되기 위해서는 그리스의 부채 탕감이 전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독일을 비롯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주요 채권국은 물론 애초 유로존에 그리스의 채무 탕감을 요구한 IMF도 최근 부채 탕감이 불필요하다는 쪽으로 선회하면서 협상의 조속한 타결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치프라스 총리는 올해 선거를 앞둔 독일, 프랑스 등 유럽연합의 채권 국가들이 그리스 부채 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경고하며 각을 세우고 있지만 채무 협상의 타결이 지연되면 될수록 그리스의 경제는 수렁에 빠질 것이라는 것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3차 구제금융협상 타결에 대한 또 하나의 큰 변수는 그리스 문제에서 손을 떼고 싶어 하는 IMF이다. 미국 의회 보수파는 그리스 구제 금융에 대해 IMF가 더는 관여하지 않도록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국제금융기구의 대외지원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암시해 왔다.

IMF는 지난 6일 발표한 그리스 보고서에서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이 완전히 가닥을 잘못 잡았다고 시인했다. 보고서는 그리스 구제금융과 관련한 기존 IMF의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며, GDP 대비 부채 비중이 낮아지기는커녕 되레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점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EU는 보고서와 관련해 IMF를 맹렬히 비난하고 나섰다. IMF가 돈을 안 대려고 딴소리한다는 것이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도 “그리스 국민을 놓고 독일과 IMF가 불장난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스가 어쩌다 이러한 지경에 이르게 되었나? 국내 많은 전문가들은 비대한 연금제도 등 지나친 복지 정책이 그리스 국민들을 나태하게 만들었고 갈팡징팡하는 정부의 경제정책과 탈세로 커진 지하 경제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국가가 성장 동력을 상실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나친 복지 포퓰리즘이 그리스 문제의 근본 원인은 아니라는 지적도 많다. 2001년 무리한 유로존 가입으로 그리스는 독자적인 환율정책을 쓰지 못하면서 단일통화 시장의 폐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그리스가 유로화가 아닌 자국통화를 사용하고 있다면 독자적으로 화폐가치를 평가절하해 국제수지를 개선하고 생산과 고용을 늘려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 그렇지만 유럽 단일통화에 묶여 있다 보니 그리스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정부 지출을 줄이고 세금을 인상하면서 국민들에게는 고통을 견디라고 하는 일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적자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라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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