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기어코 주말과 휴일 외 평일의 저녁시간마저 포켓몬고에 저당을 잡혔다.
무작정 걷는 것이 최고의 길이다. 다만 피곤할 때는 구글플레이 카드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알 부화기를 사기 위해서는 약간의 현질이 필수적이다. 무한대(∞)의 알 부화기는 1개밖에 없다. 알 부화기에는 모두 9개의 알이 늘 가득 차게 마련이다. 알이 부화되고 나면 어김없이 알은 포켓스탑에서 제공된다. 다른 것은 몰라도 알만큼은 무한대로 게임제조업체에서 제공한다. 그래야 알 부화기를 팔 수 있을 테니깐. 대단한 상술이다.
레벨 29에서 30에 이르기 위해서는 500000XP가 필요한데, 30에서 31로 레벨업하는데도 똑같이 500000XP가 필요하다.
500000XP가 어떤 경험치인지 간단하게 설명하면, 포켓몬을 정직하게 5만 마리를 잡으면 된다. 물론 원샷에 50을 더해주고, 커브볼 등으로 10을 더해주는 등 1마리에 200까지 얻을 수는 있겠지만. 단순하게 계산하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알 부화에 따른 경험치 제공은 그래서 지나칠 만큼 호의적이다. 2킬로미터를 걸어서 부화시키는 알에 기본적으로 500을 제공하고 킬로미터 수가 늘어나면 제공되는 경험치 역시 늘어난다. 무엇보다 체육관을 찾는 게임 유저들이 가장 목말라하는 별의 모래를 잔뜩 안겨준다. 그러다보니 알 부화는 경험치 획득 못지않게 포켓몬 강화에 필요한 별의 모래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너무나 절실하다.
그래서 현질이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난다. 게임 제작업체 입장에서는 달리 수익모델이 없는 바에야 이 정도의 ‘꼼수’는 애교로 봐줄 수 있다.
레벨 30에 이르게 되면 포켓스탑에서 발견하는 포켓몬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1단계 진화를 마쳤거나 최종 진화에 이른 포켓몬도 상당수에 이른다.
1단계 진화를 마친 포켓몬은 일반 포켓몬을 포획했을 때 주어지는 100 별의 모래보다 3배인 300 별의 모래를 받고, 최종몬의 경우 500 별의모래와 함께 사탕도 최고 10개까지 게임 유저에게 제공한다.
포켓스탑은 방문 7일차에 희귀 아이템 제공을 통해, 그다지 기다려지지 않는 포켓몬의 진화를 유도한다.
체육관에서 별반 소용이 없는 포켓몬의 경우, 계속 강화시키는 것이 헛된 일이 된다는 것을 레벨이 높아질수록 알게 된다. 그래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포켓몬의 강화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자본주의가 가진 악덕을 고스란히 포켓몬 게임 내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A씨는 그 귀하다는(?) 황금잉어킹을 물의 축제가 끝나고 나서야 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워낙 CP도 낮고, HP도 형편없었다. 그래서 진화를 시키지 전에 열심히 CP와 HP를 높이느라 다른 포켓몬에 대해 신경을 덜 쓰게 됐다.
그리고 여전히 해피너스의 횡포는 체육관을 휩쓸고 있다. 체육관에서 싸움을 할 때 포켓몬 한 마리당 전투 시간이 제한된다. 100초 동안인데, 해피너스의 경우 HP가 대부분 300이 넘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시간 안에 해치울 수가 없다. 열심히 1마리를 이긴다 해도 다시 등장하는 해피너스를 보게 되면 그냥 아찔해진다.
전투에 능한 망나뇽이나 갸라도스 등의 드래곤 타입의 포켓몬의 경우 물의 축제 같은 별도의 이벤트가 없이는 쉽게 획득할 수 없다. 해피너스는 알 부화를 통해서만 획득이 가능하다. 그래서 열심히 꿋꿋하게 포켓몬 게임을 하는 유저들은 쉽게 획득할 수 없다. 아무리 노력해도 타고난 놈을 이길 수 없는, 즉 흙수저가 금수저를 이기지 못하는 현실이 그대로 게임 내에서도 투영된다.
그래도 레벨 30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걷는 수밖에 없다. 잉어킹 사탕 400개를 얻어야 갸라도스로 진화를 시키는데, 사탕 한 개를 얻으려면 1킬로미터를 걸어야 한다. 망나뇽은 미뇽 사탕 50개, 신뇽 사탕 100개가 필요한데, 사탕 1개를 얻으려면 5킬로미터를 걸어야 한다.
죽자 사자 걷는 방법 외에는 없다. 현질을 해서 알 부화기를 열심히 산다고 해도, 알에서 내가 원하는 포켓몬이 나온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포켓몬고 게임의 개발자는 현실에서 일어나는 부조리가 게임 내에서도 존재하지 않도록 다시 게임의 밸런스를 조정하는 것을 시급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게임유저들이 게임 내에서 촛불을 들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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