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행]화려한 이면에 가려진 애환의 역사…부산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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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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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학배수지 전망대, 원도심 한눈에 조망

  • 영화 '변호인'으로 유명세 탄 흰여울문화마을

  • 전국에 야시장 열풍 만든 부평깡통시장

아주경제 기수정 기자 =해마다 무더운 여름이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인파로 북새통을 이루는 곳, 마치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와 홍콩 하버시티를 연상케 하는 곳. 최근 몇 년간 찾았던 부산의 모습은 상당히 이국적이었다. 

화려함으로 무장한 부산이지만 이 모습이 부산의 전부는 아니었다. 

한국전쟁 1129일 중 1023일간, 부산은 대한민국의 수도였다. 한국 정치와 행정의 중심지가 된 부산은 해외로부터 원조물자와 인력이 유입되는 곳이자 국내로 공급이 이루어지는 경제활동의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묵묵히 해낸 든든한 곳이다.

전쟁의 고통과 극한적 결핍을 맨몸으로 이겨내야 했던 생존의 현장 부산은 '눈물'과 '한'이 담긴 애환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었다. 

◆부산 원도심을 한눈에 조망하다··· 청학배수지 전망대
 

부산의 산세와 물길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청학배수지 전망대.[사진=기수정 기자]


부산 원도심을 한곳에서 조망할 곳이 없을까 고민하고 있을 때 누군가 "택시를 타고 (구)해사고등학교 위 헬기장까지 가 달라고 하라. 그곳에 가면 전망대가 하나 있는데 부산의 산세와 물길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도심보다 높고 가파르고 복잡한 ​영도 산복도로. 구불구불 좁다란 길이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하니 어느덧 목적지에 다다랐고 바로 위에 청학배수지 전망대가 눈에 들어왔다.
 

부산의 산세와 물길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청학배수지 전망대.[사진=기수정 기자]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말 한 필(영도 절영마)과 농부 동상(조내기 고구마를 짊어진 농부)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농부의 지게에는 고구마가 가득했다. 지난 1763년 조선통신사 조엄이 일본에서 가져온 고구마를 처음으로 재배한 곳이 영도임을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영도는 삼국시대부터 나라에서 말을 기르던 국마장(國馬場)이었는데, 이곳의 말이 굉장히 빨라 ‘절영마’라 불렀단다.
 

청학배수지에 핀 벚꽃.[사진-기수정 기자]

동상을 뒤로 하고 잠시 앞으로 다가서니 부산의 산과 바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감만동과 영도를 잇는 부산항대교를 중심으로 왼편에는 용두산공원이, 오른편에는 오륙도까지 눈에 들어온다.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비를 맞으며 바라보는 부산의 풍광은 소소한 행복감을 안겨주었다. 

◆수려한 풍광을 마주한 이곳, 서민들의 삶의 애환이 고스란히··· 흰여울마을
 

흰여울문화마을[사진=기수정 기자]


영선동에는 가파른 절벽, 오밀조밀 마을을 이루는 곳이 있다. 바로 흰여울마을이다.

예전 봉래산 기슭에서 여러 갈래의 물줄기가 바다로 굽이쳐 내리는 모습이 마치 흰 물보라가 이는 물살의 모습과 같다고 해 '흰여울'이라는 어여쁜 이름이 붙었다.
 

흰여울문화마을은 영화 '변호인' 촬영지로 더욱 유명세를 탔다.[사진=기수정 기자]


시원한 바다를 옆에 끼고 좁다란 골목을 걷다 보면 ‘흰여울 안내소’가 등장한다. 이곳이 바로 영화 변호인의 배경이 됐다.

지금은 고인이 된 배우 김영애가 송강호를 향해 "니 변호사 맞재? 변호사님아 니 내 쫌 도와도"라며 절규하던 그 장면을 떠올리니 가슴 한편이 먹먹해져 온다. 

흰여울길에는 유난히 화장실이 많다. 좁다란 길, 약 1㎞가량의 길을 걷는 동안 공중화장실이 심심찮게 눈에 들어온다.
 

가파른 절벽, 오밀조밀 마을을 이루는 흰여울문화마을. [사진=기수정 기자]


가파른 산비탈에 다닥다닥 붙여 지은 탓에 화장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이곳 흰여울마을 주민들은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공중화장실을 설치했단다.
 

흰여울문화마을 안내소로 향하는 관광객들.[사진=기수정 기자]


날마다 아침 저녁이면 한바탕 난리를 치러야 했던 산복도로 주민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긴 이곳은 아직도 집 안에 화장실이 없는 주민의 삶의 한 부분이 돼주고 있다.
 

흰여울문화마을은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이 된다.[사진=기수정 기자]

벼랑 끝까지 내몰렸던 서민들의 삶의 터전, 생존의 공간이었던 이곳 흰여울문화마을에서 바라보는 풍광이 가히 몽환적이라 한국의 산토리니라는 별칭이 붙으며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로 탈바꿈했다.

◆우리네 삶이 고스란히··· 부평 깡통시장
 

부평 깡통시장[사진=기수정 기자]


부산 중구 부평동에 위치한 부평시장은 8·15 광복 후 ‘도떼기 시장(상품, 중고품, 고물 따위 여러 종류물건도산매방매비밀 거래하는, 질서없고 시끌벅적한 비정상적 시장)’ 등으로 불렸다.

일제강점기 때 국내 최초로 개설된 공설 시장으로, 해방 후 지명을 따라 부평시장이 됐지만 한국전쟁 이후 미군 부대에서 나온 통조림 등의 깡통 제품과 더불어 밀수입된 상품을 판매하면서 '깡통시장'이라는 별명이 생겼고 지금까지 이어져 온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부평 깡통시장. 각 지역 전통시장에서 볼 수 있는 물건들 외에도 수입 양주와 담배 같은 외제 상품까지 시장 한편을 가득 채우고 있다. 
 

야시장 매대 외에도 다양한 먹거리 매장이 있는 부평시장.[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이곳은 지난 2013년 상설 야시장 1호로 개장해 전국에 야시장 열풍을 일으킨 주역이기도 하다. 

3번과 4번 출입구를 잇는 골목 안 110m 구간에 들어서는 야시장은 날마다 오후 7시 30분이면 이동 판매대 30여개가 줄지어 입장하며 개장을 알린다.
 

야시장이 들어서기 전 낮시간 때 부평깡통시장도 활기찬 모습이다.[사진=기수정 기자]

중국, 터키, 프랑스 등 다양한 국가의 요리를 이곳 부평깡통시장의 포장마차에서 맛볼 수 있다. 여행객의 시선을 끄는 포장마차별 군것질거리 가격은 1000~5000원대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걷는 것만으로도 입에 군침이 절로 고이고 주머니에 넣은 손이 절로 지갑을 향한다. 

동쪽으로 길 하나 건너면 국제시장이 이어져 함께 둘러보기 좋다.

◆서민의 애환, 음식에도 담기다··· 밀면, 그리고 돼지갈비
 

초량밀면. 전쟁통에 구호품인 밀가루로 만들어 먹었던 대표적인 피란음식.[사진=기수정 기자]

​이미 부산 명물로 자리 잡은 부산 밀면은 대표적인 피란음식이다.

6·25 전쟁 시절 실향민들이 전쟁을 통해 메밀이나 전분을 구하기 어려워 구호품인 밀가루로 음식을 만들어 먹었던 것에서 유래했다.

흡사 냉면처럼 생긴 밀면. 시원하면서도 담백한 국물을 한 숟가락 맛본 후 밀면을 입에 넣으니 쫄깃하면서도 고소한 그 맛에 젓가락질을 멈출 수가 없다. 밀가루에 소금(간수)을 넣어 반죽해 하루 동안의 숙성을 거치는 밀면은 소박한 한 그릇이지만 그 자체로 훌륭한 한 끼가 된다. 밀면은 만두와도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초량밀면. 시원한 국물맛과 쫄깃한 면의 식감이 일품이다.[사진=기수정 기자]

비빔밀면과 물밀면 중 고를 수 있는 밀면은 부산시내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초량밀면과 가야밀면, 개금밀면, 국제밀면 등이 전통 있는 밀면 전문점으로 입소문이 나 있다. 

밀가루를 이용해 만든 면요리로는 회국수도 빼놓을 수 없다. 회를 넣은 비빔국수다.

회는 가오리를, 면은 중면을 사용한다.
 

회는 가오리를, 면은 중면을 사용하는 회국수. 각종 야채와 고소한 깨 등과 함께 비벼 먹는다. [사진=기수정 기자]


원조는 중구 남포동 ‘할매집 회국수’. 이곳은 청양고추를 기본으로 한 비법 양념장을 사용하는데, 아무 생각 없이 몇 숟가락 떠 넣으면 나중에 입 안이 얼얼해 말이 잘 안 나올 정도지만 그 맛은 계속 떠오르는, '중독성' 강한 맛이다.

함께 제공되는 육수는 멸치를 우려내 깔끔하면서도 짭조름한 맛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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