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프랑스 대선 유력 후보인 마린 르펜 국민전선 당수가 홀로코스트와 관련한 프랑스의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으로 뭇매를 맞고 있다.
9일(현지시간) 르펜 후보는 1942년 프랑스 경찰이 약 1만3000여명의 유대인을 체포해 나치의 수용소로 넘긴 벨디브 사건을 두고 프랑스의 책임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9일 현지 라디오 LCI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프랑스가 벨디브 사건에 책임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책임이 있다면 당시 권력을 쥐고 있던 사람이지 프랑스의 책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선 1차 투표를 불과 2주일 앞두고 나온 이번 발언을 두고 이스라엘뿐 아니라 동료 정치인들도 르펜을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10일 이스라엘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반유대주의가 오늘날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은 “르펜의 이 같은 발언은 진실을 부인하는 것이자 홀로코스트 당시 희생된 프랑스 유대인의 운명에 책임을 인정한 프랑스 역대 대통령들과 완전히 상충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프랑스는 나치에 부역한 비시 괴뢰정부를 선뜻 받아들이지 못했으나 지난 20여 년 동안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이나 프랑수아 올라드 현 대통령을 비롯한 프랑스 정치인들은 비시 정부의 홀로코스트 가담을 인정하고 사과해왔다.
프랑스 대선에서 르펜과 경쟁하는 이들은 르펜이 아버지 장 마리 르펜과 국민전선 당의 차이를 보여주려는 노력은 이제껏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고 공세를 가했다. 장 마리 르펜은 앞서 2차 세계대전 당시 가스실은 역사에서 사소한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반유대주의, 인종차별주의적 발언으로 수 차례 기소된 바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르펜은 여전히 중도파 에마뉘엘 마크롱과 지지율 1-2위를 다투면서 결선투표행을 예고하고 있다. 다만 최근 TV토론 이후 극좌파 성향의 장뤽 멜랑숑 후보가 노동자층으로부터 호응을 얻으면서 지지율 3위로 급부상했고 르펜의 지지율은 다소 떨어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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