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중국이 대만에 대한 표기를 '중국 영토의 일부분'이라는 의미를 담은 '중국 타이베이(中國台北)'로 표기해 대만이 들썩이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은 대만을 '중화 타이베이'(中華台北)로 표기해왔다.
해외망(海外網)의 17일 보도에 따르면 관영언론인 중국중앙(CC)TV가 최근 장쑤성 우시(無錫)에서 열린 제23회 아시아탁구대회에 대한 소식을 전하면서 대만 대표팀을 '중화 타이베이팀'에서 '중국 타이베이팀'으로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CCTV 뿐 아니라 신화통신, 인민일보 등 관영매체,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등의 대만 표기가 11일부터 달라진 것으로 파악됐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사이트의 대만 표기도 'Taipei,TW'에서 'Taipei,CN'으로 변경됐다.
중국 관영언론 등 매체는 이러한 조치에 대해 "중국 당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 수용을 거부하는 대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고 분석했다.
대만은 반발했다. 대만의 중국 담당 부처인 대륙위원회 주임위원인 장샤오웨(張小月)는 17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대만은 절대 중국 영토의 일부분이 아니다"고 반발했다.
대만 외교부도 "중국이 대만 명칭을 가지고 '하나의 중국'을 수용하라는 압력 수위를 높이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친(親)중국 성향의 국민당은 이러한 상황을 유발한 원인이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에 있다고 비난했다. 후원치(胡文琦) 국민당 중국 문화인터넷미디어 연구회(文傳會) 주임은 "이 상황을 만든 것은 차이 총통이 '9·2공식'을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차이 총통과 정부는 이를 해결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리전광(李振廣) 베이징연합대학 대만연구원 부원장은 "과거에도 스포츠 관련 보도에서 대만 표기가 바뀌는 일이 종종 있었다"며 "과도하게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현재 양안관계가 악화된 것은 사실이고 중국은 대만의 국제적 입지를 더 이상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대만은 1979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결의를 바탕으로 1984년에서 중립적 의미의 '중화 타이베이'라는 명칭을 써왔다. 1989년 중국과 대만의 대표팀, 기구, 단체 등에 대해 '중화 타이베이' 공식 표기도 합의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중국 언론이 '중국 타이베이'를 사용해 대만이 거세게 반발했고 같은 해 7월 다시 '중화 타이베이'로 명칭을 변경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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