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이 2016년 4월 이후 내놓은 7개 '삼성 한국형 TDF' 순자산은 전날 기준 총 1069억원을 기록했다. 운용업계에서 가장 많은 액수다.
그러나 샴페인을 터뜨리기는 이르다. 순자산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 경쟁사가 치고 들어왔다.
TDF는 은퇴시점에 맞춰 자산을 굴려주는 연금형 상품이다. 한국투신운용도 올해 2월 처음 '한국투자 TDF 알아서'를 내놓았다. 순자산은 출시 두 달도 안 돼 484억원으로 불어났다. 이에 비해 삼성 한국형 TDF는 400억원을 넘기는 데 약 5개월이 걸렸다.
삼성자산운용이 재주넘기를 했는데, 경쟁사는 숟가락만 얹는 형국이다. 얼마 전까지 TDF를 아는 투자자가 삼성자산운용 덕에 많이 늘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삼성자산운용이 TDF 마케팅과 홍보에 적지 않은 돈을 쓴 것으로 안다"며 "삼성자산운용이 갈아놓은 밭에 한국투신운용이나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끼어들어 씨를 뿌리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삼성자산운용은 2016년 4월 미국 퇴직연금펀드 강자인 캐피털그룹과 손잡고 우리 투자자에 맞는 TDF 상품을 내놓았다. 여기에 맞춰 방송광고도 만들었다. 2014년 코덱스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이후 2년 만이다.
삼성자산운용이 2016년에 쓴 광고선전비는 약 41억원이다. 1년 만에 18% 넘게 증가했다. 판매부대비는 33억원으로 이 돈도 47% 가량 늘었다.
TDF는 근로자 은퇴시기에 따라 펀드매니저가 알아서 주식·채권 비중을 조절해준다. 투자자 생애주기에 맞춰 글로벌 자산 배분과 함께 주기적인 포트폴리오 재조정이 이뤄진다.
국내에서는 2011년 6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처음 '미래에셋 평생연금만들기 시리즈' TDF를 선보였다. 하지만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순자산이 좀처럼 늘지 않았다.
결국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 삼성자산운용이 TDF를 우리 시장에 제대로 알렸다. 하지만 한국투신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뿐 아니라 다른 경쟁사도 TDF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KB자산운용은 오는 6월 미국 TDF 1위사인 뱅가드와 손을 잡고 관련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도 연내 TDF를 내놓기로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