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창원·김해) 이수경 기자 = 정확히 15분이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22일 경남 김해의 봉하마을을 방문해 머무른 시간이다. 권양숙 여사가 가족행사로 중국에 간 관계로, 안 후보는 이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만 참배하고 자리를 떴다.
안 후보가 봉하마을을 찾은 것은 작년 5월 노 전 대통령의 7주기 추모식 이후 1년만이다. 욕설과 고성을 들으며 일명 '우산 경호' 속에 걸음을 옮겼던 지난해와 달리, 이번에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 참배가 이뤄졌다.
이날 안 후보는 오후 2시 30분께 검은 정장과 검은 넥타이 차림으로 봉하마을을 방문했다. 입술을 굳게 다문 채 너럭바위 앞에서 헌화와 분향을 하고 고개를 숙여 묵념을 했다. 방명록에는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 정의로운 나라 만들겠습니다'라고 썼다.
참배 직후 기자들과 만난 안 후보는 어떤 심정으로 참배를 했느냐는 질문에 "이제 더 이상 분열과 갈등, 분노의 시대를 접고 앞으로 함께 힘을 합쳐서 우리 대한민국을 구하는 결의를 다졌다"고 밝혔다.
특히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안 후보를 향해 '가짜 안보'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 그는 "이제 더 이상 구태스러운 분열로 국민을 호도할 때가 아니다"라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지금 대한민국은 여러가지 복합적인 위기에 처해있는데, 어떻게 하면 이 나라를 구할 것인지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는 대선 과정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안 후보가 봉하마을을 찾았을 때는 일부 시민들이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안철수 물러가라', '배신자' 등의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당시는 안 후보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결별을 선언하고 민주당을 탈당, 국민의당을 창당해 총선에서 38석을 획득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작년의 상황을 감안해 이날도 사복경찰이 곳곳에 배치됐고, 물병 등이 날아오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우산 등이 사전에 준비되기도 했다.
하지만 봉하마을을 찾은 시민들은 안 후보의 모습을 신기해하며 사진을 찍거나 악수를 하며 작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한 60대 남성이 안 후보가 오기 전 "안철수가 뭐했다고 여길 오느냐"며 불만섞인 목소리를 내는 모습은 보였다. 그러나 안 후보가 도착한 이후 공개적으로 안 후보를 비난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한편 전날 울산을 시작으로 부산경남(PK) 지역에서 민심잡기에 나선 안 후보는 부산-창원-봉하마을을 끝으로 이틀 간의 방문을 마쳤다. 전날 울산과 부산을 돈 안 후보는 해운대 부모님 댁에서 하루를 머물렀다. 이날 새벽 해운정사를 찾아 조계종 종정 진제스님을 예방하며 일정을 시작한 그는, 부산 북항 재개발 부지를 둘러보고 곧바로 경남 창원으로 이동해 소답시장과 마산어시장을 잇따라 찾으며 거리 유세를 이어갔다.
안 후보는 의창구 서상로 소답시장 유세에서 "대통령 선거가 과거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고 있다"면서 민주당을 겨냥해 "저를 향한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댓글부대까지 동원되는 등 낡은 이념공방이 펼쳐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진실에 대한 검증은 하되 흑색선전은 즉각 중단하시라"면서 "안보정책 검증을 철저히 하되 안보를 선거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 저는 진흙탕 선거가 아니라 비전과 정책이 경쟁하는 선거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어시장에서는 상인들이 저마다 "마산어시장 상권 좀 살려달라", "꼭 (대통령) 되시라", "국민들 잘 살게 좀 해달라, 너무 어렵다"등의 요구사항을 내놓으며 안 후보를 맞았다. 안 후보는 일일이 악수를 하거나 함께 '셀카'를 찍으며 이들의 호응에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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