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박선미·유진희 기자 = 삼성전자가 그동안 진행해 왔던 지주회사 전환 작업을 중단키로 했다.
지주사 전환 추진이 사업경쟁력 강화 효과는 미미한 반면, 경영 역량을 분산시키는 등 오히려 사업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우려 때문으로 분석됐다.
또한 모바일, 반도체, 디스플레이, 가전 등 글로벌 IT업체들 가운데 가장 우수한 ‘포트폴리오 사업 구조’를 구축해 경기의 상승·하락 시에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어 지주사 전환을 굳이 추진할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도 작용했다.
삼성전자는 27일 이사회를 열고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명진 삼성전자 IR 전무는 이날 삼성전자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투자자들의 요청에 따라 지난해 11월 ‘주주가치 제고 방안’에서 발표한 바와 같이 중립적인 입장에서 외부전문가들과 전략, 운영, 재무, 법률, 세제, 회계 등 다양한 측면에서 지주회사 전환 여부를 검토한 결과 이같이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 전무는 향후, 예를 들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복귀 후 지주사 전환을 재추진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지주사 전환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상법 개정 전 시간적 여유가 있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지주사 전환은 이사회 결의 후 완료까지 5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이 걸린다”며 “그 기간 법 개정은 언제든지 시행 가능한 리스크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편으로는 삼성전자가 지주사 전환을 한다고 하면 이런 개정법들이 가속할 가능성이 있다“며 ”저희 케이스에 적용받을 가능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이번 결정에 이 부회장의 구속이 영향을 주었느냐는 물음에 “이 부회장은 내용은 알고 있지만 특별한 의견은 없었다”면서 “이 부회장도 회사의 등기이사이기 때문에 이사회에 보고된 안건의 내용은 알려드렸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는 그동안 지주사 전환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면서 “사업 구조적 측면의 경쟁력을 갖춘 상황에서 지주사로의 전환은 추가적인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는 바가 별로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논리를 실적으로 증명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지난 1분기 연결기준 확정실적으로 매출 50조5500억원, 영업이익 9조9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4%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48.27% 급증했다. 1분기 영업이익 규모는 지난 2013년 3분기(10조1600억원)에 이어 두 번 째로 높다. 반도체 사업부문이 사상 처음으로 6조원이 넘는 영업이익(6조3100억원)을 기록해 실적을 주도했으며, 스마트폰이 포함된 IM(IT·모바일) 부문은 프리미엄 제품 부재 속에서도 2조700억원을 벌었다. 또한 디스플레이(DP)와 소비자가전(CE) 부문도 각각 1조3000억원과 38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전 사업 부문이 흑자를 기록했다.
1분기를 최고 실적으로 넘긴 삼성전자는 2분기에 한 단계 더 높은 호실적이 기대된다. 반도체 시황이 여전히 좋은 데다가 심혈을 기울여 출시한 갤럭시 S8이 전작들을 뛰어넘는 판매를 기록 중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이 최대 1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분기에 갤럭시S8의 조기 글로벌 판매 확산을 위해 마케팅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하반기에는 갤럭시 노트 시제품을 출시해 실적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삼성전자는 1분기에 시설투자에 9조8000억원을 집행했으며, 연간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전년 대비 대폭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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