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역할론에도 이견…"중국은 초점 아니다"
(유엔본부=연합뉴스) 김화영 특파원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28일(현지시간) 장관급회의는 '트럼프 행정부'의 북핵 대응법이 다자 외교무대로 전파되는 성격의 자리였다.
안보리 의장국인 미국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총대'를 메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실질적 위협'으로 규정한 대북 제재 분위기를 주도했다.
북한의 반복적인 핵·미사일 실험이 국제사회의 안정을 해치는 도발이라는 총론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군사옵션까지 만지작거리는 미국의 강공책에 '태클'을 걸었다.
틸러슨 장관은 회의에서 국제사회가 지금 북한을 저지하지 않는다면 '재앙적 결과'가 올 것이라면서, 국제사회의 신속하고 단합된 대응을 촉구했다.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는 그의 발언은 미국의 군사행동이 여전히 살아있는 카드라는 뜻으로 읽혔다.
틸러슨 장관은 "북한이 위험한 노선을 포기하도록 새로운 압력을 가할 시점"이라면서 유엔 회원국이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정지·격하하거나, 미국이 '세컨더리 제재'를 이행하는 방안을 새로 내놓았다.
한국이 지난해 북한의 유엔 회원국 자격을 문제 삼았던 것과 비슷하게 북한을 외교적으로 압박하는 '새 버전'이었다.
그러나 틸러슨 장관의 발언을 곧바로 중국과 러시아가 맞받았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무력 사용은 해결책이 아니며, 더 큰 위험을 초래한다"는 말로 군사적 옵션에 제동을 걸었다.
게나디 가틸로프 러시아 외교차관도 "무력을 사용하는 옵션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이것은 재앙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가세했다.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에 위협감을 느낀다고도 말했다.
중국의 역할론에서도 이견이 노출됐다. 순항하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대북 공조'와는 다소 다른 양상이다.
틸러슨 장관은 "중국이 유일무이한 지렛대"라며 중국 역할론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왕 외교부장은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초점(focal point)이 아니다. 북핵 문제를 푸는 핵심은 중국 측에 달린 게 아니다"라는 자국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미국은 북한에 '당근'을 던지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미북 직접대화는 북한이 비핵화 의사를 분명히 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틸러슨 장관은 미국이 북한의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말과 더불어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중단한다면 원조를 재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왕 외교부장이 "누가 먼저 조치를 취해야 하느냐의 논쟁을 접고, 누가 옳고 그르냐의 다툼도 그만둬야 할 때"라며 "대화의 재개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하자, 틸러슨 장관의 입장이 다시 굳어졌다.
틸러슨 장관은 "우리는 협상 테이블로 되돌아가 북한과 협상하지 않는다. 북한은 안보리 제재를 다수 위반했는데 우리는 그들의 나쁜 행동을 대화로 보상하지 않는다"고 잘라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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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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