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 국내를 대표하는 화장품업체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올 1분기 상반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성적을 가른 것은 면세점이다. 아모레퍼시픽은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 당국의 한국여행 금지로 면세점 매출이 곤두박질쳤다. 이는 전체 실적 하락으로 이어졌다. 반면 LG생활건강은 면세점 등이 두 자릿수 대로 성장하며 분기 최대 실적을 거뒀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1위 화장품기업인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지난 1분기 매출은 1조855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9.7% 쪼그라든 3785억원에 그쳤다.
면세점 등 국내 사업이 부진한 탓이다. 그룹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의 1분기 매출은 6% 성장한 1조5690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3168억원으로 6% 감소했다. 특히 국내 사업 부문의 영업이익은 2340억원으로 13% 하락했다.
이니스프리도 사드 악재를 피하지 못했다. 이니스프리는 중국인 관광객(유커)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한 브랜드다. 이니스프리의 1분기 매출은 1984억원으로 6% 신장했지만, 영업이익은 463억원으로 11% 떨어졌다.
또 다른 중국인 선호 브랜드인 에뛰드도 마찬가지다. 면세점 매출이 큰 폭으로 줄면서 영업이익(88억원)이 29%나 추락했다.
그룹 관계자는 "장기화되는 국내 경기 침체와 3월 이후 해외 관광객 감소로 매출 성장률이 둔화되고, 영업이익이 역신장했다"고 말했다.
2위 업체인 LG생활건강은 중국의 사드 보복에도 고성장을 이어갔다. LG생활건강의 1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 늘어난 1조6007억원, 영업이익은 11.3% 증가한 26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이다. 매출은 2005년 3분기 이후 47분기 연속, 영업이익은 2005년 1분기 이후 48분기 연속 신장을 이어갔다.
화장품·생활용품·음료 3개 사업 가운데 화장품 부문이 실적 성장을 주도했다. 한방화장품 '후'를 비롯한 고가 화장품들이 사드 보복이 본격화된 이후에도 선전한 덕분이다.
1분기 화장품 사업부문 매출은 8542억원, 영업이익은 176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7.2%, 12.4% 올라갔다. 후의 매출 증가율은 20%에 달했다. 면세점 국내 사업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면세점의 지난 1분기 매출은 11% 뛰었다.
해외 실적도 좋았다. 중국·베트남·미국 등 각 지역의 고른 성과로 매출이 22% 신장했다. 특히 중국은 백화점 매장이 183개로 늘며 매출도 25% 동반 성장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했지만 고가 화장품 위주의 면세점이 매출 성장을 이어가고, 중국 현지 매출이 늘면서 1분기 실적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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