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지윤 인턴기자 =“문재인도 옛날 사람이구나 싶어요. 대놓고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말해서 어! 저게 뭐지” 싶었어요.
대선을 불과 10일 앞둔 지난 29일 오후 서울 노량진역 인근에서 만난 20대 여성 임모씨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동성애 발언’ 논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임씨는 “공공일자리 81만개 정책 등 국가가 나서서 일자리를 적극 늘려주겠다는 측면에서 문 후보를 지지했다”며 “하지만 최근 TV 토론이나 연설에서 보이는 태도가 전혀 진보적이지 않고 답답해 어디에 표를 던질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노량진 학원가에서 만난 이모씨(28)는 “공기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문재인의 지역인재 30% 도입 공약을 보니 맥이 빠진다”며 “지역 대학생을 우대하는 게 역차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적폐 청산의 적임자라는 측면에서 문 후보를 지지했지만 재원조달 방안은 없이 공약만 내세우고, 정책본부장에게 물어보라는 식의 토론 태도를 보고 실망했다”며 “누구를 뽑을지 아직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 아직도 고민 중인 젊은 층 많아
지난 28일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의 홍대 거리 유세에서는 당선 가능성을 두고 문 후보를 지지했지만 심 후보에게 마음이 쏠린다는 젊은 층을 다수 만날 수 있었다.
직장인 박모씨(27)는 “무지개 피켓을 들고 앞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니 성소수자들도 차별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올바른 것 같다”며 “저들도 그런 의미에서 심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나도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심상정 정책이 늘 마음에 들었지만 사표가 될 것 같아 문 후보를 뽑으려고 했었다”며 “하지만 토론회를 볼수록 심 후보의 가치관이 마음에 와 닿아 소신껏 투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 후보의 유세 현장 분위기는 이전과는 완전히 달랐다. 몰려든 젊은 층은 심 후보가 단상에 오르자 “심블리”를 외쳤고, 연설이 끝난 후에는 심 후보와 사진을 찍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 무지개 피켓을 든 여성은 심 후보에게 안기기도 했다.
지난 29일 대선 전 마지막 촛불집회 현장에서도 ‘사드 배치’와 ‘성소수자 인권’ 등을 두고 어떤 후보를 선택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 다시 이슈로 등장한 사드와 성소수자 문제
촛불집회 현장에서 만난 30대 김모씨는 “홍준표나 유승민은 사드를 찬성해서 절대 안 뽑을 것”이라며 “문재인은 유보적인 입장이라 차라리 이해가 간다. 사드만 보면 완전 반대하는 심상정을 뽑고 싶지만, 당선 가능성을 생각하면 문재인을 뽑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북 성주 주민들은 주한 미국 대사관을 향해 ‘사드 가고 평화 오라’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나팔을 부는 시위를 하기도 했다.
한 시위자는 “일방적인 사드 배치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문 후보가 더 적극적으로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을 표명하지 않아 답답하다. 누굴 뽑을지 아직 모르겠다”고 답했다.
한편 여전히 단단한 문 후보 지지 여론도 확인할 수 있었다.
광장에서 만난 30대 여성 이모씨는 “현실적으로 나 살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문재인 후보가 성소수자를 반대하는 게 나한테 피해가 오는 것도 아니고 그다지 표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동성애 문제에 큰 감흥이 없어 문재인을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모씨(50) 역시 “종합적으로 여러 가지를 고려해 문재인을 지지한다”며 “사드 배치나 성소수자 인권 문제는 여러 고려 사항 중 하나일 뿐”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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