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제재를 논의하는 긴급 회의를 개최한 가운데, 미국의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대사가 "북한을 지원하는 국가는 공개적으로 거명할 것(call out)"이라면서 제3국 기관·개인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포함한 대북제재 강화 의사를 밝힌 가운데,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헤일리 대사는 "북한의 핵 개발과 관련한 실험의 전면중단이 이뤄진다면 대화에 나설 용의가 있다"며 다소 완화된 대북 대화 재개 조건을 언급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인사가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의 제재·대화 병행 추진 기조에 맞춰 한·미 양국이 긴밀한 공조를 유지하려는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7일 한 외교 소식통은 "미 국무·국방장관이 그동안 북한과는 지금 대화할 때가 아니라고 얘기했다면 최근에는 미국에서 북한이 달라지면 대화할 수 있다는 쪽으로 말의 뉘앙스가 바뀌고 있다"며 "북한과의 대화에 비교적 열린 한국 정부를 염두에 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가 최종 목표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본 입장은 변함이 없지만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중국을 대북 압박과 제재 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목적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이 비핵화 사전 조치로서 핵·미사일 도발 등을 중단하고 진정성 있는 태도를 내비쳐야 대화가 재개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핵 폐기 의사를 먼저 밝히고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의 이런 '투트랙(Two Track)' 전략을 감안한 듯 북한도 내각 외무성과 함께 최근 부활한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를 동시에 가동하며 대미외교를 펼치고 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미국은 여론이 다양해 행정부와 의회가 북한처럼 한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것을 학습한 결과"라면서 "목적에 따라 (다른) 기관이 나서 외교를 펼치는 일종의 '타기팅(Targeting·표적화) 외교'라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문재인 정부 4강(미·중·일·러) 외교가 시동을 걸었다. 대미·대일 특사가 문 대통령 친서를 들고 워싱턴과 도쿄로 각각 출국했다.
대미 특사인 홍석현 한반도포럼이사장은 이날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 한·미동맹과 북핵 해결 문제에 대한 미국과의 공유, 서로 이해를 높이는 문제"라며 "정상회담 시기가 6월 말로 발표됐기 때문에 그에 따른 후속 조치에 대한 의논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 특사는 "북핵 문제의 큰 방향에 대해선 두 분 정상의 전화통화에서 많은 공통인식이 밝혀졌기 때문에, 가서 우리 정부의 입장과 대통령의 생각 등을 전하고 그쪽 이야기도 들을 것"이라며 "큰 차이가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의 국회 비준을 추진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후보 시절 발언에 대해 "훈령(미국 측과 대화할 때 밝힐 정부의 기조) 사항에 그에 대한 언급도 있다"고 확인한 뒤 "후보 때 한 발언과 대통령이 돼서 (갖게 되는 생각은) 상대가 있는 그런 문제니까. 좀 차이가 있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 발언을 내가 이해하기로는 미국과의 생각의 차이라기보다는 국내에서의 절차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 특사의 출국에 앞서 대일 특사인 더불어민주당 문희상 의원도 이날 오전 김포공항을 통해 도쿄로 출국했다.
3박 4일간 방문 일정으로 출국한 문 특사는 김포공항에서 한·일 셔틀외교 복원에 대해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정부의 방침도 그렇고 앞으로 자주 그리고 빨리 만나자는 것이 취지"라며 "대통령의 뜻도 그러한 만큼 그 말씀(셔틀외교 복원)은 꼭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 재협상 문제에 대해 문 특사는 "특사로 가서 재협상하자고 한다는 것은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닌가"라고 반문한 뒤 "특사는 특사일 뿐"이라며 "친서를 전달하고 국민의 뜻이 이렇다는 말씀은 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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