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료인으로도 처음…홍역 퇴치·에이즈·에볼라 방역 등 난제 산적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으로 처음 아프리카 출신이 선출됐다.
WHO는 23일(현지시간) 열린 제70차 세계보건총회(WHA)에서 다음 달 임기가 끝나는 마거릿 챈 사무총장의 후임으로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전 에티오피아 보건·외교 장관을 선출했다.
WHO에서 닥터 테드로스로 불리는 그는 1차 투표에서 전체 185표 중 과반인 95표를 얻었다.
사무총장 선거에 출마했던 데이비드 나바로(영국) 전 WHO 에볼라 특사는 52표, 사니아 니슈타 파키스탄 전 보건 장관은 38표를 얻는 데 그쳤다.
2차 결선투표에서 테드로스 전 장관은 아프리카 국가의 지지를 업고 133표를 얻어 50표를 얻는데 그친 나바로 전 특사를 표 대결에서 압도했다. 2개국은 기권했다.
이날 WHO 사무총장 선출은 사상 처음으로 회원국 전체가 직접 투표를 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지금까지 WHO는 대륙별 대의원 30여 명이 사무총장을 선출해왔다.
테드로스는 WHO 설립 역사상 처음으로 아프리카 출신 사무총장이 됐다. 의사 출신이 아닌 사무총장으로도 처음이다. 그는 7월 바로 5년 임기를 시작한다.
올해 3월 후보가 3명으로 압축됐을 때도 두 번 연속 아시아에서 사무총장이 배출됐기 때문에 차기 사무총장은 비아시아권에서 배출될 가능성이 점쳐졌다.
오랜 기간 WHO에서 근무해 조직을 꿰고 있는 나바로 전 특사도 유력한 차기 사무총장으로 거론됐으나 50여 표에 이르는 아프리카 대륙의 수적 우세에 고배를 들었다. 에티오피아의 인권 문제도 불리한 요소로 작용했지만, 대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신임 테드로스 사무총장은 WHO 내에서 온화한 성품과 친화력으로 좋은 평판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투표 전 지지를 호소하는 연설에서 WHO가 좀 더 책임감을 느끼고 신뢰를 쌓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마거릿 챈 사무총장은 2014년 말 불거진 아프리카 대륙의 에볼라 사태 때 WHO의 늑장 대응 때문에 임기 말까지 줄곧 비판을 받았다.
신임 사무총장은 홍역의 완전한 퇴치, 에이즈 퇴치 기금 조성, 에볼라·콜레라를 비롯한 전염병 사태 대응 등 산적한 현안을 처리해야 한다.
미국은 최근 WHO에 에이즈 퇴치 기금을 더는 부담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 WHO의 재정에도 비상이 걸렸다.
minor@yna.co.kr
(끝)
[연합뉴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