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무디스가 24일 중국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춘 주요 이유는 급증하는 부채 때문이다. 중국의 과도한 부채문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지적되어 왔던 중국경제의 고질병폐다. 때문에 중국 정부는 부채규모를 줄이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부채증가세는 억제되지 않고 있다. 특히 중국의 부채가 당국의 감시 밖에서 '그림자금융'의 형태로 늘어나면서 중국 금융체계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그림자금융 매년 20%대 늘어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7일 공개한 세계은행(WB) 내부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지방정부 산하 금융기구(LGFV)가 2015~2016년에 걸쳐 여전히 매우 빠른 속도로 부채를 늘려왔다. 중국 지방정부들은 지난 1994년 이후 공식적으로 빚을 내는 것이 불가능해진 뒤 지방정부 명의의 금융회사인 LGFV를 설립해 편법으로 돈을 빌려왔다. 중앙정부는 지방정부들이 당국의 통제를 받지 않는 유사 금융활동, 이른바 그림자금융으로 자금을 운용하자 이를 막기 위해 2014년부터 지방채 발행을 허가했다. 아울러 지난해 11월부터는 2015년 이후 발행된 LGFV 채권을 지방정부 채무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WB는 중국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해당 부채 증가율이 2014년 22%에서 2015년 25%로 올랐으며 지난해 상반기에도 22%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WB는 "LGFV 부채가 공공 지출과 투자에서 막대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지방정부와 점점 복잡하게 엮이면서 분리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부채 GDP 대비 60%
이달 1일 중국 쉬중(徐忠) 인민은행 연구국 국장은 현지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부채 비율이 LGFV 등 통계에서 벗어난 빚을 더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의 60%가 넘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당국의 공식 발표는 2015년 기준 GDP 대비 44.4%였다. 쉬 국장은 또 주식으로 부채를 상환하는 출자전환 등 단기적인 부채 해소 정책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영기업의 지배구조 문제를 개선하고 지방 정부의 채무 확대를 규제해야 채무가 증가하는 원인을 뿌리 뽑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국제금융신용평가사인 무디스에 따르면 2016년 6월 말 현재 중국의 그림자금융 총액은 58조 위안(약 9860조원)으로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82%에 달했다. 크레디리요네증권 아시아(CLSA)는 지난해 6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중국 그림자금융의 악성부채는 4조2000억 위안으로 전체 그림자금융의 16.4%로 추산했다. 이 중 40%의 부채가 회수가능하다고 봤을 때 잠정적인 손실이 2조5000억 위안이라고 주장했다.
◆은행 부실채권 15% 육박
그림자금융뿐만 아니라 중국 은행들의 부실채권과 기업부채도 급증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연말 중국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을 15% 선으로 추산했다. 금융위기의 진앙지로는 부동산대출이 꼽힌다. 크레디트스위스의 왕타오(汪濤) 이코노미스트도 “중국 은행이 부동산에 노출된 리스크 규모가 54조~72조 위안으로 은행 전체 자산의 24~31%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은행 등 4대 국유은행의 경우 지난해 신규대출의 60% 이상이 주택담보대출이었다. 한 곳의 부동산대출 부실은 다른 곳으로 들불처럼 번져가게 된다. 게다가 지금은 부동산경기 위축기다.
기업부실 역시 은행들을 위축되게 만든다. 올 1분기 7개사가 발행한 회사채 9건이 디폴트됐다. 이 중 4건은 동북지역 철강사가 발행한 채권이었다. 은행대출을 못 받는 한계기업들이 발행한 채권들이 디폴트됐다는 점은 은행대출이 이미 상당부분 부실화되었음을 시사한다.
◆"1년 내 중국에 신용버블 붕괴"
이 밖에도 P2P 대출, 교차금융상품, 자산관리상품(WMP)의 부실화 역시 중국금융에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로 인식된다. 이들에 대한 규제책도 쏟아지고 있으며 이로 인한 부작용 역시 발생하고 있다. 결국 중국 당국이 자칫 부채문제를 잘 해결하지 못한다면 금융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 형편이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정확하게 예측해 유명해진 카일 배스 헤이먼캐피털매니지먼트 회장은 지난 2일 밀컨글로벌콘퍼런스에서 "향후 12개월 내에 중국에 신용버블 붕괴사태가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정부는 금융권의 과도한 부채규모를 줄이고 대대적인 금융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예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