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미국 법무부와 검찰이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혐의를 들어 유럽 자동차 업체를 잇따라 제소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럽 증시의 자동차주가 하루 만에 하락세를 보였다. 평가와 규제 방식이 제각각인 상황에서 배출가스 갈등이 장기화될수록 업계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폭스 비즈니스 등 외신이 24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날 유럽 증시에서 메르세데스-벤츠를 소유하고 있는 다임러는 주가가 1.62% 하락했다. 폭스바겐과 BMW의 주가는 각각 1.08%, 0.70% 떨어졌다. 르노의 주가도 0.89% 내린 것으로 파악되는 등 자동차주가 줄줄이 하락했다.
이는 최근 미국 법무부와 검찰이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혐의로 자동차 업체들을 제소한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2일 미 법무부는 디젤차 배출가스와 관련해 피아트크라이슬러(FCA)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독일 검찰은 베를린, 작센 주 등에 있는 다임러의 사무실 11곳을 압수 수색하기도 했다.
디젤차를 둘러싼 배출가스 조작 논란이 본격화된 것은 지난 2015년 9월 이른바 '폭스바겐 스캔들'이 파문을 일으키면서부터다. 폭스바겐은 일반 주행과 검사 등 두 가지 경우를 차등 조절해 검사 때만 배출가스를 덜 내보내도록 설정한 소프트웨어를 디젤차에 장착했다가 덜미가 잡혔다.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디젤차량을 취급하는 전체 자동차 업체와 미국 정부간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다. 대기 오염 문제와 관련한 부정 스캔들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미국 당국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국가 간 법률 해석에 따라 수사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독일 연방법에 따라 엔진을 보호할 목적이라면 배기가스 조절용 소프트웨어를 장착하는 것이 합법이어서 해석에 따라 책임을 추궁하기 어려운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국경의 경계가 없는 유럽 산업의 특성상 다국적 생산 형태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독일 정부는 폭스바겐 사태 이후 지난해 4월 국내외 자동차업체를 상대로 차량 조사를 벌인 뒤 FCA가 불법 소프트웨어를 활용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자동차 생산 승인권을 쥐고 있는 이탈리아 정부는 혐의 불충분 결론을 내렸다.
디젤차량을 두고 미국과 자동차업체 간 갈등이 깊어지면 결국 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져 장기적으로는 업계의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마땅한 해결책은 없는 상황이어서 논란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게 외신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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