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윤정 기자 =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피타고라스는 "육체가 병들면 약으로 치료하면 되지만 영혼이 병들면 음악으로 치료해야한다"고 했다.
그러나 영혼을 치유해줘야 할 음악을 하는 이들이 마약에 빠져있다. 빅뱅의 탑과 가인이 마약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10월부터 4차례에 걸쳐 대마를 흡연한 혐의를 받고 있던 탑은 서울경찰청 홍보담당관실 악대 소속 의무경찰로 강남경찰서에서 복무 중이었던 5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탑의 대마초 흡연은 함께 대마를 흡연한 가수 연습생 한모(21·여)씨가 3월 마약사범으로 적발돼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드러난 것으로 알려진다.
불구속 기소 발표 후 대마 흡연 사실을 인정하고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를 통해 자필편지로 사과했던 탑은 6일 서울 양천구 신월동 서울지방경찰청 4기동단 부대 안에서 약물과다복용 증세를 보여 이대 목동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탑의 첫공판은 29일 오전 11시 30분에 열릴 예정이지만 아직 탑이 의식불명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연기될지 진행될지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반면 탑의 불구속입건 발표 전인 4일 브라운아이드걸스 가인은 마약을 거부함으로 논란의 중심에 올랐다. 가인은 연인 주지훈의 지인으로부터 대마초를 권유받았다고 폭로했다. 실명을 언급하며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캡처본까지 공개해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수사계가 내사에 착수했다.
공황장애를 앓고있는 가인의 참고인 조사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실명이 거론된 상대와의 진실공방 등의 후폭풍도 예고되고 있다.
마약을 주체적(?)으로 받아들인 탑과 이를 거부하며 폭로한 가인. 예술을 위해 어떤 행보를 택하던 개인의 선택이겠지만 이들은 개인이 아니라 사회에 이름이 널리 알려진 공인인만큼 그들의 행동이 미칠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야한다. 용감하게 마약을 거부하고 이를 폭로해 사회적 이슈로 만든 가인과 여러 차례 마약을 복용한 탑 둘 중 누구의 행동이 더 옳았는지는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연예인이 마약에 빠지는 경우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흔한 일이다. 대중에게서 쏟아지는 관심과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싶은 스트레스, 불안, 초조 등을 효과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그리고 마약을 복용한 상태에서 예술적 영감을 최대치로 발휘하기 위해 마약의 유혹에 빠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대중으로부터 시선을 받는 그들이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한다. 어느 경우에도 마약이 정당화 될 수는 없다.
나아가 YG엔터테인먼트의 아티스트가 마약 논란에 휩싸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에 연예인 매니지먼트에도 허점이 지적되고 있다. 탑에 앞서 지드래곤과 박봄 등 YG엔터테인먼트 연예인들이 마약 논란에 휘말린 적이 있는데다, 같은 그룹 멤버가 마약 논란에도 불구하고 새 음반을 내는 등 진정성이 보이는 반성의 모습이 없다는 점에서도 향후 같은 사태가 재발될 우려가 크다.
이에 따라 YG에 대한 여론은 냉랭하다. 네티즌들은 "앞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여태껏 뭐하다가 이제서야?", "YG에서 마약 논란, 벌써 몇 번째?", "사과로 끝날 문제가 아님. 조사받으세요", "사과 잘 받았으니, 이제 처벌받으세요", "치료도 받고 처벌도 받고" 등의 반응을 보였다.
탑의 대마 흡연과 가인의 대마 권유 폭로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연예계 약물 문제가 민낯을 드러낼 수 있을지, 관련 인사 및 조사범위가 어디까지일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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