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유사 역사학 추종은 안 될 말이다." vs "식민사관 카르텔에 맞서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로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63)이 지명되며 도 후보자의 '유사 역사학 추종'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유사 역사학은 고대 시대 우리 민족이 지금의 중국 땅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위대했다는 식의 주장을 펴며 지나친 민족주의 성향을 보인다.
◆ 해묵은 역사학계 갈등, 역사관 논란 불붙여
도 후보자가 유사 역사학을 따르거나 그에 가깝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그가 동북아역사지도사업과 하버드 고대한국프로젝트를 무산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것이다. 동북아역사지도사업과 고대한국프로젝트 모두 한사군(漢四郡) 중 낙랑군이 평양 부근에 있었다고 한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재야사학자로 유명한 이덕일씨 등이 참여한 식민사학해체국민운동본부는 낙랑군이 평양 부근에 있다는 견해를 식민사학이라 비판했는데, 도 후보자가 몸담은 국회 동북아역사왜곡대책특별위원회(이하 특위)가 이들의 견해를 받아들여 사업이 중단되도록 했다는 것이다.
심재훈 단국대 사학과 교수는 도 후보자가 지명되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나친 민족주의와 이에 따른 유사 역사학에의 동조 혹은 가담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지적했고, 한국고대사학회장을 맡고 있는 하일식 연세대 사학과 교수도 "여야 의원들이 역사학계를 식민사학에 찌든 카르텔로 낙인찍을 때 그 중심에 도 의원이 있었다"고 비판했다.
도 후보자의 역사관을 둘러싼 논쟁은 지난해부터 불거진 주류사학계와 재야사학계의 갈등과 관련돼 있다는 분석이다.
재야사학계는 그동안 주류사학계에 대해 '일제강점기부터 싹튼 식민사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비판해 왔다. 이러한 지적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던 주류사학계는 작년부터 토론회, 시민강좌, 서적 출간 등을 통해 재야사학을 '유사역사학', '사이비역사학'으로 치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야사학자들의 모임인 '미래로 가는 바른 역사협의회'는 "주류사학계가 도 후보자에게 도를 넘은 공격을 하고 있다"며 "식민사관 카르텔이 준동한다면 성역 없이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 인사청문회 도마에 오를 '권력과 역사'
논란이 커지자 도 후보자는 지난 8일 문체부 보도자료를 통해 "역사학계 일각에서 제기된 역사의식에 대한 비판에 당혹스러운 것이 사실이다"며 "동북아역사재단의 '동북아역사지도' 사업이 중단된 것은 사업 자체의 부실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동북아역사재단이 진행한 재심사 결과에서도 'D등급(100점 만점에 44점)'을 받고 10억원이 넘는 연구비 회수가 최종 결정된 바 있다"며 "심사위원 전원 합의에 의해 내려진 결정이었다"고 덧붙였다.
또 도 후보자는 "권력의 힘으로 역사연구와 교육의 자율성을 훼손할 의도가 전혀 없다"며 "역사문제는 학문연구와 토론으로 풀어야지 정치가 좌지우지할 영역이 아니다. 특정 학설을 일방적으로 주장하거나 이를 정부정책에 반영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7일 한 일간지에 보도된 '싸울 때는 싸우겠다'는 표현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독도 및 동북공정 등 역사왜곡을 대상으로 이야기한 것이지 역사학계와 싸우겠다는 의미가 아니었다"며 "일부 역사학자와 언론들이 제기한 '유사역사학 추종자' 등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주장과 낙인, 가정에 근거한 우려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주류사학계와 재야사학계의 대립은 도 후보자의 이 같은 입장 표명으로 다소 수그러든 모양새지만, 주류학계가 14일로 예정된 인사청문회에서 그의 역사관을 제대로 검증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재점화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역사학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가야사 연구·복원을 국정과제에 포함하면 좋겠다'는 언급을 한 것에 대해서도 일각에서는 '좋은 취지는 알겠지만 정부가 역사에 개입하려 한다'는 이유로 볼멘소리가 나온다"며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로 내홍을 겪었던 것을 상기해 도 후보자도 확실한 입장과 의지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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