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장은영 수습기자 = 장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한꺼번에 열린 14일, 국회는 하루종일 냉·온탕을 오갔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 강행의 여파로, 자유한국당이 불참하면서 한때 청문회는 파행을 겪었다. 오후에 가까스로 재개됐지만, 한국당은 '협치 파괴' 등의 문구를 노트북에 붙인 채 청문회를 진행했다. 여전히 갈등의 불씨가 남아있는만큼, 야당은 추후 남은 후보자들에 대한 임명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눈치다.
◆ 인사청문회, 오전 파행·오후 재개···野 강경화 임명여부 주시
이날은 앞서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일제히 열렸던 지난 7일 이후 두 번째 '슈퍼 수요일'이었다. 이번에는 현역 의원인 김부겸(행정자치부)·김영춘(해양수산부)·도종환(문화체육관광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였다.
이날 청문회는 시작부터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한국당은 전날 김 위원장 임명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의원총회를 열면서, 회의에 불참했기 때문이다.
오전 내내 계속된 한국당 의총으로 인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의총 이후 회의를 재개하기로 결정하고, 회의를 연 지 10~20여 분만에 각각 정회했다. 한국당 소속인 유재중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전행정위원회는 회의조차 열리지 않았다. 한국당 의총에서는 장외투쟁까지 거론되면서 한때 청문회 자체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대표 권한대행)는 이날 의총 모두발언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 강행은 폭거이며, 이는 협치의 포기 선언을 뜻하는 것"이라며 "국회의 권능인 인사청문회를 계속 해야 할 지에 대한 심각한 회의에 젖어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 시간여에 걸친 의총 끝에 정 원내대표는 청문회 복귀 의사를 밝히며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까지 임명이 강행된다면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의 대처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략적 차원에서 일단은 예정된 국회 일정을 진행한 뒤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김 위원장 임명 건과 여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연계시켜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 여론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문회에는 참석하지만 문 대통령의 결정에 반대한다는 뜻에서, 한국당 의원들은 회의장 노트북에 '협치 파괴', '보은 코드인사', '5대 원칙 훼손' 등의 문구가 적힌 종이를 부착한 채 청문회에 임했다.
당장 이날 청문회는 우여곡절 끝에 진행됐지만, 여전히 야당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어 앞으로의 일정은 위태롭다. 관건은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 여부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 사례처럼 임명을 강행할 경우 남은 국회 일정에 대한 야당의 보이콧은 불보듯 뻔하다. 이렇게 되면 내각 구성에 차질을 빚는만큼 국정운영에도 공백이 불가피하다. 국회 역시 시급한 민생경제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주도권 다툼에 골몰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어느 쪽을 택하든 양날의 칼이다.
◆ 野, 각 후보자 송곳검증 주력···논문표절·법규 위반·이념 편향성 등에 초점
청문회에 복귀한 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에서는 후보자에 대한 각종 의혹 파헤치기에 집중했다.
김부겸 후보자는 병역면제와 논문표절, 배우자 재산신고 누락 의혹 등 도덕성에 의한 질의가 주를 이뤘고 도종환 후보자는 농지법 위반 및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정당성 확보 의견 등 이념의 편향성을 묻는 질의가 쏟아졌다. 김영춘 후보자 역시 논문표절과 부당 후원금 수령 의혹 등이 집중 검증 대상이 됐다.
병역 면제 건과 관련해 김부겸 후보자는 자신의 민주화 운동으로 실형을 산 전력 때문에 면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1999년 연세대 석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서는 "당시 해당 참고 서적을 모두 적시해 고의성이 없어보인다고 해서 재심사에서 논문 취소를 당하지 않았다"면서 "현재 기준으로 보면 의혹이 있는데 논란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 후보자는 충북 보은군에 소유한 토지가 농지가 아닌 마당으로 사용돼 법을 위반했다는 논란과 관련, "제가 들어갔을 때도 마당이 그런 형태로 되어 있었고 이번에 항공사진을 보고서야 밭 일부가 마당으로 바뀐 것을 알았다"면서 "몸이 아파 2003년 흙집에 들어가 실제로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고 해명했다.
한국당의 이장우 의원 등은 도 후보자에게 전교조 활동 및 비전향장기수 회갑잔치 참여, 홍명희(소설 '임꺽정'의 저자로 월북) 문학제 추진 등의 과거를 물으며 균형잡힌 시각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영춘 후보자는 석사논문에 대한 대학원 지도교수의 용역보고서 표절 의혹이 제기되자 "제가 다 쓴 것"이라며 부인했다. 삼화저축은행 비리의 주범인 신삼길 회장으로부터 2004년 500만원의 후원금을 받은 사실에 관해서는 "총선 상황실장을 하면서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누가 보냈는지 챙겨보지 못하고 접수됐다"고 해명했다.
한편 도 후보자는 장관직에 오르면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자체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겠다고 밝혔으며, 김부겸 후보자는 공공일자리 창출과 지방 분권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영춘 후보자는 해운산업 재건 등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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