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19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미국 주도 연합군의 전투기를 공격 대상으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다. 하루 전 연합군이 시리아 정부군 전투기를 격추시킨 후 나온 반응이다. 시리아 내전을 둘러싼 외교 갈등이 위험 수준에 다다랐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러시아 국방부는 19일 시리아에서 미국과 러시아 간 갈등을 피하기 위해 설치한 통신 채널을 폐쇄하고 관련 합의를 더 이상 이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러시아는 미국 주도의 연합군 전투기가 시리아를 동서로 나누는 유프라테스강의 서쪽으로 넘어올 경우 항공 표적으로 간주하여 추격하겠다고 경고했다. 그에 앞서 러시아 외교부 차관은 미국의 시리아군 전투기 격추를 '침략행위'라면서 국제법 위반이라고 맹비난했다.
다만 조셉 던포드 미국 합참의장은 19일 오전까지도 러시아와 미국의 대화 채널은 폐쇄되지 않았으며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우려 불식에 나섰다.
하루 전 미국 국방부는 연합군이 시리아민주군(SDF)을 공습한 시리아 정부군의 전투기 한 대를 격추시켰다고 발표했다. 시리아 정부군이 미군 주도 연합군을 폭격했기에 자위권 차원에서 실시한 공격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같은 날 이란은 테헤란 연쇄 테러의 보복으로 시리아 내 IS 근거지를 향해 미사일 여러 발을 발사면서 긴장감을 높였다.
CNN은 외국이 시리아 내전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시리아 사태가 위험 국면에 진입했다면서 IS 격퇴 전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리아에서 러시아와 힘을 합쳐 IS를 몰아내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러시아와의 공조가 삐걱거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IS의 핵심 거점인 락까 주변으로 미국이 지원하는 국제 연합군(반군)과 러시아 및 시아파 맹주 이란이 지원하는 시리아군이 함께 모여들고 있어 정부군과 반군은 언제 충돌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특히 현재 IS가 상당 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시리아 동부는 자원이 풍부한 데다 양측 모두에게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이기 때문에 정부군과 반군은 이곳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독일 공영매체 도이체벨레는 전했다. 시리아 정부군은 IS가 장악하고 있는 동쪽의 이라크 국경 통제를 위해 미군이 지원하는 반군과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아사드 정권을 지지하는 이란과 헤즈볼라 역시 국경 장악 시 이란에서 시리아를 거쳐 레바논까지 이어지는 지상 보급로를 확보할 수 있어 이 지역을 눈독 들이고 있다. 반면 미국으로선 이란의 군사력 확대를 저지하기 위해 이 지역을 봉쇄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연합군과 시리아군의 충돌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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