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진희 기자 = “동반성장을 위한 보다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이 협력사 대표들을 만나 상생협력을 위한 담금질에 나섰다. 혁신적 아이디어 교환과 품질 수준 향상을 위한 데이터 공유 등 구체적인 방안까지 공유했다. 최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열린 '2017 동반성장 협의회 정기총회'에서다.
그동안 SK하이닉스의 상생 행보는 관련 업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기술혁신 지원 등 자발적인 협력업체 지원책을 확대하며 성공적인 동반성장을 이뤄왔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박 부회장은 최근 동반성장을 ‘딥 체인지(Deep Change)의 핵심’으로 정의하고 협력사와의 상생 정책에 더욱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 덕분에 사업 할 맛 나네요"...협력사 실적 '쑥쑥'
20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장비의 국산화 비율은 국내 종합반도체업체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동반성장을 위해 품질 등 주요 요소에서 큰 차이가 없으면 국내 반도체장비업체 제품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최근 SK하이닉스에 장비를 납품하고 있는 주요 업체들의 매출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최근 반도체 호황에 따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설비 등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의미의 ‘낙수효과’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SK하이닉스에 장비를 납품하는 주성엔지리어링은 지난해 매출액 2680억원, 영업이익은 37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보다 각각 52%, 148% 급증한 수치다. 올해도 매출액 3185억원, 영업이익 513억원의 호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다른 협력사인 유진테크도 올해 매출액이 1704억원으로 작년보다 21%, 영업이익은 458억원으로 26% 각각 늘어날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엄태웅 부국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3D 낸드 투자 본격화 등으로 인해 당분간 관련 협력사들의 장비 수주확대가 기대된다”며 “이로 인해 반도체 장비업계의 성장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허무상이전.금융지원 등 다양한 동반성장 프로그램 운영
이같이 협력사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배경에는 SK하이닉스의 기술혁신 지원 등 각종 지원책이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08년 동반성장 업무를 전담하는 ‘상생협력팀’을 신설하고 협력사에 기술, 금융, 교육 등을 지원해왔다. 협력업체들의 수준을 끌어올리고 이를 바탕으로 SK하이닉스 스스로도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가겠다는 의미다.
이의 일환으로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기술 잠재력이 높은 협력사를 '기술혁신기업'으로 선발하고 집중 육성하는 새로운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선정된 기업은 향후 2년간 SK하이닉스와의 공동기술개발 등 포괄적인 기술지원을 받게 된다. 개발된 제품은 최소구매물량을 보장해 협력사의 재무 위험을 줄이는 동시에 다양한 판매처를 확보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는다는 방침이다. 현재 에이피티시(반도체 식각 분야), 오로스테크놀로지(웨이퍼 광학 측정검사 분야), 엔트리움(나노소재 분야) 등 3곳을 선정해 운용 중이다.
이밖에도 SK하이닉스는 다양한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협력사의 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103건의 특허를 무상으로 이전했다. 18개 협력사에는 특허 전문인력을 지원, 컨설팅을 시행했다.
협력사에 대한 금융지원 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11년부터 협력사의 운영 및 기술개발 자금을 저리로 지원하는 ‘동반성장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14년에는 927억원, 지난해에는 1505억원의 펀드를 조성한 바 있다. 또 2차 협력사까지 경제적 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동반성장보험’, 수시로 대출 지원이 가능한 ‘네트워크론’ 등 다양한 형태의 금융지원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같은 SK하이닉스의 적극적인 동반성장 정책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영철학과 맥락을 같이 한다. 지난해 최 회장은 ‘뿌리부터 근본적으로 혁신해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딥 체인지'를 새로운 경영화두로 제시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상생 경영은 SK하이닉스 성장의 원천”이라며 “앞으로도 협력사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모델을 지속적으로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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