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과의 대화 내용을 녹음한 테이프가 없다고 발표했다. 스스로 테이프를 언급하며 논란을 촉발한지 40일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정보의 불법 유출, 폭로, 가로채기, 전자 감시와 같은 최근 보도를 보면 나와 제임스 코미의 대화를 녹음한 테이프가 어딘가에는 존재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는 그런 대화를 녹음한 적도 없고 테이프도 없다”고 말했다.
주요 외신들은 테이프 논란을 부추긴 장본인이 한 달 넘게 시간을 끌다가 테이프 존재를 부인했다는 점에서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 달 넘게 언론을 “놀리고 애태웠다”고 표현했다. BBC는 트럼프 대통령이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듯 심각한 사안을 '쇼'처럼 연출한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코미 전 국장의 갑작스러운 해임 이후 그 배경을 둘러싸고 FBI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불거지자 코미에게 입조심을 경고하면서 “녹음 테이프가 없길 바라야 할 것”이라고 말해 테이프 논란을 촉발시켰다.
이후 코미 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독대했을 때 대통령으로부터 러시아 수사를 중단하라는 요구를 받았다는 대화가 담긴 메모를 공개하고 의회에 출석해 증언했다.
코미 국장의 증언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논란이 거세게 일었고 워싱턴포스트(WP)와 CNN 등 주요매체들은 사법방해에 따른 탄핵 가능성을 가늠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전 국장의 증언을 완전히 거짓이라고 반박하는 상황에서 코미 메모나 증언이 사법방해를 증명할 근거가 되기엔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따라서 테이프가 나올 경우 어느 쪽이 거짓을 말하는 것인지 확실히 밝혀질 것으로 기대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 국장의 증언 하루 뒤인 지난 9일 기자들 앞에서 조만간 테이프의 존재 여부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22일이 돼서야 그는 테이프가 없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22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왜 테이프 논란을 이토록 길게 끌었냐는 질문에 사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여러분은 대답을 원했고 대통령은 대답을 했다. 대통령은 이번 주 안에 대답을 주겠다고 했고 약속을 지켰다. 시기와 관련해 그 이상은 내가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백악관의 대화가 녹음되는 시스템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에도 자신의 전기 작가에게 '겁을 주려는' 목적으로 백악관에서의 대화 녹음 가능성을 이용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가디언은 백악관의 대화 녹음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제 코미 메모가 유일하게 대통령의 사법방해를 입증할 물적 증거로써 중요성이 높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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