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가속화에 수출 적신호…신고리 5ㆍ6호기 혼란만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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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6-2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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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에 건설 예정인 천지 1·2호기도 '스톱'

  • 미래 먹거리로 각광받던 원전 수출, '일단 멈춤'

  • 신규 원전 백지화로 차세대 원자로 기술 사장 우려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신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가속화로, 최근까지 정부 주도하에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던 해외 원전수출 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원전을 수출하려는 국가가 자국 내에서도 원전을 짓지 않으면서 수출이 가능할 것이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원전 기술력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상황에서, 상용화를 눈앞에 둔 차세대 원자로 기술도 빛을 보지 못한 채 사장될 위기에 빠졌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힘들게 끌어올린 우리나라의 원전산업 인프라를 후퇴시킬 것"이라며 "원전건설 중단 및 백지화 계획은 기술과 인력의 유출로 이어져 원전 산업의 몰락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에 건설 예정인 천지 1·2호기도 '스톱'

정부는 지난 27일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단하고, 건설 여부를 공론화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시민배심원단이 공사를 영구히 중단할지, 재개할지 최종결정을 내린다.

만약 시민배심원단이 신고리 5·6호기 영구중단을 결정하면, 탈원전 정책은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현재 건설 중인 원전은 신고리 3·4호기, 신한울 1·2호기, 신고리 5·6호기 등이다. 이 중 신고리 3·4호기와 신한울 1·2호기는 공정률 90%를 넘겼다.

정부는 공정률 90%가 넘은 원전에 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여타 다른 원전의 경우 사실상 '스톱' 상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정부 방침이 나올 때까지 신한울 3·4호기 시공설계를 보류했다. 또 부지 매입 단계인 천지 1·2호기 건설 준비작업도 사실상 멈춘 상태다.

◆미래 먹거리로 각광받던 원전 수출, '일단 멈춤'

해외 원전수출은 정부가 이끌며 미래 먹거리로 각광받아 왔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2009년 성사시킨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수출로 해외 원전 수출붐이 일었다.

원전은 건설부터 운영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막대한 수익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당시 건설계약 금액만 우리 돈 21조원에 달했다. 특히 향후 60년간 운영수입은 5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탈원전 정책 기조에 수출 경쟁력 약화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형 원전을 수출하려면 국내에 최신 기술을 갖춘 모델이 존재해야 유리하지만, 정작 한국에서 원전을 안 쓴다면 수주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원전 제로를 선언한 국가가 해외로 원전을 수출하는 것에 명분이 없다는 의미다. 특히 현재 원전수출을 추진 중인 사업이 타격받을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체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 원전 수출을 추진 중이다. 체코는 2035년까지 총 2∼3기(2∼3GW)의 원전건설을 예정하고 있으며, 남아공은 2030년까지 총 6∼8기(9.6GW)의 신규 원전건설을 계획한 상태다.

또 한국전력이 추진 중인 영국 뉴젠(NuGen) 원전 사업 진출에 대한 영향이 불가피하다.

뉴젠은 영국 무어사이드 지역에 총 3.8GW 원전 3기를 짓기 위해 일본 도시바와 프랑스 전력회사 엔지가 지분 60%, 40% 비율로 합작해 만든 회사다.

한전은 올 초부터 뉴젠 인수 의지를 내비쳤다. 또 잠재적 인수 의향자로 도시바와 물밑 협상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신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수 추진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신규 원전 백지화로 차세대 원자로 기술 사장 우려

원자로 기술도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우리나라 수출형 원전 'APR1400'의 뒤를 이은 차세대 원자로 기술의 상용화도 어렵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차세대 수출형 원전은 'APR플러스(+)'와 '아이파워(iPOWER)', 국제 공동 개발 과제인 핵융합실험로 '이터(ITER)' 등이다.

문제는 기술을 개발해도 구현기회를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APR+는 상용화를 목전에 둔 기술로, 개발중단시 손실이 크다.

APR+는 원전기술발전방안(Nu-Tech2012)의 일환으로 개발된 원자로다. 국내 첫 1500㎿급 발전소로 모든 기술을 국산화, 수출 시 라이선스 문제를 해결한 모델이다.

APR+는 경북 영덕 천지원전 1·2호기부터 도입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천지원전 사업 자체가 흔들리면서 앞날을 예견할 수 없는 상황이다.

APR+의 후속인 iPOWER의 개발여부도 불투명하다. 지난해 한수원은 차차기 원자로인 iPOWER 예산을 증액하는 등 개발에 적극성을 보였다.

그러나 정부가 신규 원전건설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기술개발을 지속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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