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진 기자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맞서 미국 본토를 타격하는 핵·미사일 능력을 우선적으로 확보하겠다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핵·미사일 마이웨이를 재확인한 것이다.
북한은 화성 14형을 쏘아올림으로써 미국과 러시아, 중국, 인도, 이스라엘에 이은 세계 여섯 번째 ICBM 보유국이라고 선언했다. 핵 보유국으로서 지위를 얻어 미국과 동등한 협상을 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5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화성-14' 시험발사를 현장에서 참관한 김정은 위원장이 "독립절(미국 독립기념일)에 우리에게서 받은 '선물 보따리'를 썩 마음에 들지 않아 할 것 같은데 앞으로 심심치 않게 크고 작은 '선물 보따리'들을 자주 보내주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 북한, 소형 핵탄두 공개? 6차 핵실험으로 협상 포석
북한은 ICBM 발사 성공을 주장하지만, 실제 ICBM이 핵무기로 기능하기 위해선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갖췄느냐가 핵심이다.
앞서 북한은 4차 핵실험 이후 “핵탄두 소형화·경량화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데 이어 지난 5월에는 중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호 발사 이후 표준화된 핵탄두뿐 아니라 대형 중량의 무게도 장착할 수 있다며 소형화 단계를 뛰어넘었음을 과시하기도 했다.
군사전문가들도 북한이 경량화·소형화 기술을 상당히 진척시켰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북한은 지난해 3월 9일 ICBM급인 화성-13형(KN-08)의 탄두에 들어가는 것으로 보이는 ‘구(球)형 핵탄두 기폭장치’ 사진을 공개했다. 당시 단순한 모형이라는 의견도 나왔지만 북한이 ICBM 탑재용 핵탄두 소형화에 어느 정도 다가섰다는 게 한·미 정보 당국의 평가다. 북한이 진전된 기술을 세계에 과시하기 위해 소형 핵탄두를 공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2일(현지시간) 발표한 연례보고서에서 북한이 영변 원자로에서 폐연료봉 재처리 과정을 통해 생산한 플루토늄으로 핵탄두 10∼20개를 제조한 것으로 추정되며, 단거리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소형 탄두 제조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또 북핵 협상 국면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 위한 포석으로 6차 핵실험을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북한이 8월 중순쯤 추가 핵실험에 나서고 하반기에 ICBM 실전 배치를 발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연합/AP]
◆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 갖췄나
ICBM이 미국 본토까지 날아갈 수 있으려면 핵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확보돼야 한다.
5일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시험발사의 초점이 핵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검증하는 데 맞춰졌다고 밝히면서 ICBM 성공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그러나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의 핵탄두 대기권 재진입 기술에 대해 ‘확증이 없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추진 시스템(엔진), 단 분리와 함께 장거리 미사일의 핵심 기술로, 사거리가 일정 수준 이상인 탄도미사일은 비행 중 대기권 밖으로 나가게 된다.
ICBM 탄두부가 마하 20∼30의 초고속으로 공기 밀도가 높은 대기권에 들어갈 때 섭씨 6000∼7000도에 달하는 열과 압력을 견디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없으면 탄두가 대기권 밖으로 튕겨나가거나 대기권 재진입 직후 폭발해 무용지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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