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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연합]
윤세미 기자 =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와 인구 절벽으로 인해 수익 악화에 직면한 일본 은행들이 분주하게 생존해법을 찾고 있다. 국내에서는 중소 은행들이 합병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대형 은행들은 잠재력이 큰 동남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면서 살길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 “지방은행 2025년까지 절반까지 줄어들 수도“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뒤 은행들의 순익은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일본 기준금리가 0.1% 내리면 시중은행들의 순익은 5% 감소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게다가 일본은 급격한 인구 노령화 및 감소를 겪고 있다. 최근 일본 총무성은 올해 1월 1일을 기준으로 일본 거주 일본인 인구가 전년비 약 31만 명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1968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큰 감소폭으로 집계된다.
마이너스 금리로 예대 마진이 줄고 인구 감소로 대출 수요 감소에 시달리는 은행들은 생사의 경계로 몰리고 있다. 특히 중소형 지방 은행의 경우 인구 감소나 고령화 추세가 상대적으로 가파르다보니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난 5월 SMBC 닛코 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3월 31일까지였던 2016/17 회계연도에 일본 82개 지방은행의 순익은 전년 대비 11%나 감소했다. 올해에는 17% 추가 감소가 예상된다.
결국 지방은행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수합병을 택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방은행들의 합병은 “생존을 위한 전략”이라고 표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방은행들의 인수합병 움직임은 더욱 가속되는 추세다. 지난 2일 미에은행과 다이산은행은 합병을 발표했다. 다이와연구소는 2003년 이후 지방은행들의 인수합병은 21건 있었는데 올해에만 벌써 3건이라고 집계했다. 은행들은 합병 시 대출장부를 통해 순익 증대를 기대할 수 있고 경쟁이 줄어들며 기능을 통합함으로써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급격한 순익 감소에 직면한 지방은행들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인 것이다.
S&P의 요시자와 료지 애널리스트는 일본 지방은행은 대출 수요가 없고 예대 마진이 너무 적어 멸종 위기에 몰렸다고 경고했다. 컨설팅 업체인 베인앤코는 2025년에는 현재 100여 곳의 일본 지방은행 중 절반 정도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지방은행들의 합병이 성사되려면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후쿠오카금융그룹과 나가사키현 주하치은행은 올해 합병을 완료한다는 계획이지만 시장 독점 문제로 승인이 보류됐다. 이들 은행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보유 중인 일부 채권을 다른 은행에 매각할 계획이다. 니가타현의 다이시은행과 호쿠에쓰 은행 역시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 메가뱅크는 동남아 사업 확대
이미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운 일본의 대형은행들은 잠재력이 큰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이들이 특히 주목하는 곳은 동남아 시장이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3대 대형은행(미쓰비시-UFJ 금융그룹, 미즈호 금융그룹, 스미토모-미쓰이 금융그룹)의 동남아 대출액은 지난 5년 동안 75%나 급증했다. 미국 대출액에 비해서는 1/10 수준이지만 동남아의 인구 및 성장 잠재력을 비춰볼 때 매력적인 시장으로 간주된다. 이곳에서의 안정적인 사업 확장을 위해 일본 대형은행들은 현지 은행에 대한 투자를 통해 고객층을 넓히는 동시에 제공 서비스도 확대하는 모습이다.
일본 최대은행인 미쓰비시-UFJ의 경우 핵심 유닛인 도쿄미쓰비시UFJ은행(BTMU)이 2013년에 태국 5대 은행 아유타야은행을 인수한 뒤 2015년 1월에 BTMU 방콕지점과 합병했다. 이후 아유타야은행이 태국에서 기업 대출이나 소비자금융, M&A 주관 등 모든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이 효과를 거두면서 미쓰비시-UFJ의 동남아 대출액은 2016/17 회계연도에 전년비 9% 불어난 12조3000억 엔(약 124조원)을 기록했다.
미즈호 은행의 경우 2016/17 회계연도 동남아 대출액이 4조4000억 엔에 달했다 4년 동안 60% 가까이 성장한 것이다. 미즈호 은행은 베트남 시가총액 1위 비엣콤뱅크에 투자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지점을 열었다.
스미토모-미쓰이 은행은 1조5000억 엔을 들여 인도네시아 연금저축은행(BTPN)의 지분을 40%까지 늘렸고 베트남 수출입은행과 캄보디아 최대은행 아클레다은행에도 투자했다. 스미토모-미쓰이는 현지 대기업으로 구성된 동남아 200대 핵심 고객사에 예금과 외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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