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은주 기자 = 유럽연합(EU)이 독자적인 추가 대북 제재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한국의 남북 군사 회담 제안을 지지한다고 밝히는 등 이례적으로 대북 방침을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열린 EU 외무장관회의 직후 대북결정문을 통해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을 가속화하고 유엔 안전 보장 이사회의 결의를 반복적으로 위반하고 있다"며 "EU는 북한에 대한 추가적이고 적절한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재 내용과 수위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일단은 북한의 최우방국인 중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장 아셀보른 룩셈부르크 외무장관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더 많은 제재를 가할 것"이라며 "북한은 경제의 9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중국을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 결의안에 참여하는 등 다소 소극적으로 대북 제재에 임해 왔던 EU가 이례적으로 독자 제재 입장을 내놓은 데 대해 해석이 분분하다. 일단 핵·미사일 개발을 반복하는 북한의 폭주에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실제로 EU는 EU 역내에서 이뤄지는 북한의 외화벌이가 핵·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을 위한 재원에 활용될 수 있는 만큼 감시를 강화해 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기가 회복세에 있고 난민 문제도 개선되고 있는 만큼 EU 회원국이 비로소 유럽 이외의 지역에 눈을 돌릴 여유가 생겼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유럽이 국제사회의 리더십을 회복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최근 '메르켈, 트럼프, 시진핑과 글로벌 리더십 경쟁'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 대한 글로벌 리더십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메르켈 총리는 이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대북 정책에 대한 참여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EU 회원국 내 대북 입장이 달라 이번 경고가 경고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단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영국과 프랑스 대표는 미국과 함께 대북 제재 상향 조정을 촉구하고 있는 상태다. 반면 북한과 교류하고 있는 동유럽 외에 스웨덴, 스위스 등도 인도적 지원 등을 이유로 북한과 정기적 소통을 하고 있다. 북한의 완충 지대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을 압박해선 안된다는 주장도 일부 나온다.
한편 EU는 "한반도의 평화와 비핵화를 위해서는 군사 수단보다는 평화적 수단이 필요한 만큼 한국의 남북 군사회담 제안을 지지한다"며 "EU는 한반도 문제 해결에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신뢰하고 있으며 주요 파트너들과 협의해서 이런 과정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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