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의 일본 여행을 마치고 귀국하던 지난 17일 오사카 간사이공항. 탑승 시간이 돼 줄에 서있던 순간 갑자기 공항 직원들이 빠르게 탑승구 쪽으로 다가왔다. 이윽고 검은 마스크를 쓰고 대포 카메라로 무장한 이들이 우르르 몰려와 탑승구로 들어가는 아이돌을 찍어대기 시작했다. 어떤 사생팬은 자신을 말리는 아버지뻘인 공항 직원을 향해 위협적인 행동을 하기도 했다. 심지어 같은 비행기 탄 사생은 비행 내내 자리에 앉지 않고 그들의 행동을 주시하기도 했다.
사생에 대해서는 방송이나 기사를 통해서만 간간이 접하는 정도였다. 직접적으로 느껴본 것은 아니기에 '아 심각하네' 정도의 생각에서 그쳤었다. 하지만 직접 사생의 무서움을 목격한 후로는 '나도 무서운데 아이돌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진짜 피곤하겠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동안 많은 연예인들은 방송 혹은 SNS를 통해 사생의 지나친 관심에 대해 고충을 털어놨었다. 지난 11일 KBS '냄비받침'에서 슈퍼주니어 김희철은 "한 사생이 숙소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아내 숙소에 잠입해 자신의 속옷을 멤버들의 속옷 사이에 껴 놨었다"고 설명했다.
아직 데뷔조차 하지 않은 아이돌도 사생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내달 7일 데뷔하는 워너원 역시 사생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는 상황. '해피투게더3' 출연을 확정한 워너원은 제작진과의 미팅을 위해 지난 18일 비공개로 KBS를 방문했다. 하지만 마치 기다렸다는 듯 사생은 카메라를 들이댔고, 이 과정에서 사생에 치인 멤버 이대휘는 고통스러워 얼굴을 찡그리는 사진이 포착돼 팬들을 분노케 했다. [관련기사 ▶워너원 비공개 스케줄 어찌 알았나…사생팬들의 도 넘은 행동]
데뷔 후 수많은 사생에게 데인 김희철은 "'사생'에는 '팬'을 붙이지 않는다. 그냥 '사생'이라고 한다"며 팬과 사생에 대해 선을 그었다. 사생은 팬이라는 가면을 썼을 뿐 스토커에 가까운 범죄자들이다. 하지만 많은 사생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범죄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저 '사랑해서 그랬을 뿐'이라며 포장하기 바쁘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스토킹 특별법'을 만들어 형사처분 또는 경범죄 처벌법 대신 형법에 관련 조항을 신설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처해지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해당 개정안은 본회의에 올라가지 못하고 임기 만료돼 폐기됐다. 결국 사생에 대한 강도 높은 처벌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스타들이 사생의 만행을 견뎌야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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