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살림 준비에 나선 금융지주들이 '원-컴퍼니(One-Company)'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룹 계열사 간 인식 부족과 임직원 겸직이 불가능한 점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보 공유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그룹은 지난달 30일 제일홀딩스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CIB 협업을 이끌어냈다. KB증권이 이번 IPO를 단독 대표로 주관하는 데 있어 그룹 내 은행-증권 등 계열사간 시너지가 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종합금융서비스 역량이 빠르게 확충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며 "은행과 증권, 보험 간의 CIB, WM 협업 성공 사례들이 계속 이어지면서 유니버셜 뱅킹 모델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고 최근 정기조회사에서 밝혔다.
현재 CIB부문 유관부서들은 여의도 KB금융타워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다. 이렇듯 계열사간 협업 성과를 도출하려는 노력은 KB금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KEB하나금융도 '그룹 내 관계사 간 협업을 통한 진정한 원 컴퍼니 구현'을 추구한다.
관련해 복합점포 확대 및 증권·보험·카드 등 다양한 영역의 협업으로 종합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각오다. 이는 옛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물리적 통합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다.
지난 4월 출시한 모바일 신용대출 '하나멤버스론'이 대표적이다. 그룹 계열사의 신용대출 금리와 한도를 한번에 조회하고 신청할 수 있는 서비스다.
그러나 일련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완전한 원-컴퍼니로 보기에는 무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계열사 간 경쟁이 일반적인 데다 임직원 겸직이 활발하지 않아 원-컴퍼니란 의식이 취약하다는 이유에서다.
신보성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시장자체 파이가 작아지다 보니 은행, 증권, 보험 등 각각의 계열사가 전력투구하고 있다"며 "금융그룹이 차지하는 자산 비중이 70%인 상황에서 계열사 간 땅따먹기가 아닌 원-컴퍼니라는 인식이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인식 제고를 위해선 계열사 간 업무 위착, 정보 공유 등이 선결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금융그룹 계열사 간 원-컴퍼니는 당국에서도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독려하는 부분이다.
배현기 하나금융연구소 대표는 "금융지주사의 경우 겸직이나 업무 위·수탁 등에 여전히 제한이 많다"며 "고객정보 공유 및 보호를 통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도 "매트릭스 조직 체계 부활 등이 원-컴퍼니의 시발점으로 보여진다"며 "보다 많은 영역에서 계열사 간 협업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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