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일단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자 초강경 대응 조치를 잇달아 꺼내들었다. 사드 잔여 발사대 4기(基) 추가 배치를 지시하고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 협상을 개시하도록 했다.
이는 북한이 넘어서는 안 될 '레드라인'에 거의 다다랐다는 상황인식 속에서 대북 전략을 수정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문 대통령 스스로 표방해온 대북 구상을 실현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지는 국면이 조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대북전략 무게중심은 '압박'에 놓일 수밖에 없다.
특히 이달 초 이른바 신(新)베를린 선언을 통해 대북 화해기조를 명확히 한 데 이어 남북 군사회담과 이산가족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제안했지만, 북한이 미사일 발사로 화답한 모양새가 됐다.
문 대통령은 29일 새벽 국가안보회의(NSC) 전체회의를 마무리하면서 "금번 미사일 발사로 동북아 안보구도에 근본적 변화의 가능성도 있다"며 종전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전략적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미국 입장에서는 ICBM이 온다고 하면 그대로 두고 보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서로 선택의 옵션이 점점 줄어드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달 초 북한의 첫 ICBM급 도발 직후 실시했던 한·미연합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이라는 대북 위력행사를 또다시 지시한 데 이어 유엔안보리 이사회 소집을 긴급 요청했고, 우리만의 독자 전력 조기 확보를 서두를 것도 지시했다.
특히 주한미군 기지에 보관 중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기의 추가배치 등 한·미 간 전략적 억제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라고도 했다. 이를 미국은 물론이고 사드 배치에 완강히 반대하고 있는 중국에 '통보'했다.
이처럼 고강도 대응책을 한꺼번에 쏟아낸 데서 보듯 문 대통령의 이번 사안에 대한 인식은 상당히 엄중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이 레드라인에 근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 하에 우선 잔여 사드 발사대의 추가 배치라는 '결단'을 내렸다.
문 대통령은 주한미군의 전략자산인 사드 추가 배치 외 '북한 정권도 실감할 수 있도록 강력하고도 실질적인' 우리나라의 독자적인 제재 방안도 강구할 것을 지시했다. 또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미국과 우리 미사일의 성능 강화를 위한 협상에 나설 것을 지시했다.
현재 우리 군의 미사일은 한·미 미사일 지침에 의해 최대 사거리 800㎞, 탄두 최대 중량 500㎏으로 제한돼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강력한 대북 압박의 와중에서도 문 대통령은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는 '투트랙 기조'를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단호하게 대응하면서 베를린 구상의 동력이 상실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날 성명에서 "우리는 한반도 문제의 책임 있는 당사자로서 인내심과 끈기를 갖고 한반도의 비핵화 및 평화·안정을 위한 노력을 중단없이 경주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북한은 우리 정부가 베를린 구상의 후속 조치로 제안한 이산가족 상봉과 긴장완화를 위한 회담에 지금이라도 호응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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