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카드사들이 비용 문제 등을 이유로 국제 기준을 무시한 채, 한국형 NFC단말기 도입에 나서면서 향후 해외 거주자의 국내 신용카드 이용 불가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200억 들여 한국형 NFC 단말기 도입
지난해 여신금융협회와 국내 8개 카드사는 모바일 협의체를 출범시키고, 한국형 근거리 무선통신(NFC) 결제 표준 규격을 제정키로 합의했다.
특히 국제 브랜드 카드사의 NFC 결제규격이 적용된 단말기가 비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한국형 단말기로 보급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카드사들은 국내 8개 카드사가 규격을 통일해 공동 개발한 한국형 NFC 단말기 '동글' 수만대를 약 2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일부 가맹점에 시범 공급키로 했다. 제공 가맹점 범위 등 세부 사항은 모바일 협의체를 통해 조율 중이다.
NFC 결제 이용이 불가한 아이폰 등 비안드로이드 계열의 스마트폰 사용자를 위해 바코드 방식의 앱 카드 결제 서비스도 지속해서 제공하기로 했다.
◆ 국제 규격 호환 안돼 효율성 '도마 위'
하지만 비용 절감을 위한 한국형 단말기 생산에 몰두한 나머지, 카드업계는 또다른 숙제를 안게 됐다. 국내 자체 규격에 맞춘 단말기여서 EMV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는 해외 여행객들은 국내에서 결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모바일 협의체 관계자는 "한국형 NFC 단말기 '동글'은 'KS 규격'이기 때문에 해외 EMV 규격에 맞춰진 앱카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며 "EMV 규격에 맞춰진 비자, 마스터, 유니온페이 등의 해외 앱카드를 받을지 말지는 가맹점에서 선택해야 될 문제"라고 말했다.
결국 해외 관광객이 몰리는 가맹점으로서는 한국형 NFC단말기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1분기 외국인이 국내에서 쓴 카드실적 24억5400만(약 2조8000억원) 달러를 기록했다. 중국이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 여행에 대한 제한에 나서 다소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국내 카드사들에게 상당한 실적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앱카드를 사용하는 외국인 고객의 결제 요구를 거부하게 되면, 사실상 영업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는 가맹점이 적지 않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 펌웨어 업그레이드로 EMV 호환 가능?
이에 대해 카드업계 관계자들은 추후 단말기 제조사가 펌웨어 업그레이드 등을 통해 EMV 규격으로 호환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추후에 EMV 규격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국제 카드 브랜드사에 추가 인증료를 지불해야 한다. 이렇게 될 경우 제조사가 비자, 마스터 등에 인증료를 납부하고, 가맹점도 일부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카드사 관계자들도 "펌웨어 업그레이드로 EMV 호환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인증료 등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향후 이에 대한 책임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단순히 '우물안 단말기'가 아닌 미래를 고려한 국제규격에 맞는 단말기 보급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