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문업이 가져야 할 의무는 고객 입장을 대변하는 충실의무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손해가 나도 금융사 입장이 아닌 고객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데 모든 걸 걸어야죠."
표윤봉 포트윈 대표는 1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본지와 만나 새로 투자자문업에 뛰어든 이유를 이처럼 밝혔다. 그는 2016년 7월 생애 재무설계를 기반으로 한 장기 투자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포트윈을 만들었다.
◆로봇으로 맞춤형 생애설계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온라인 자산관리 시스템 '포트윈'을 활용한다는 거다. 핀테크 기업인 '이재원'이 개발했다. 포트윈 시스템은 로봇 자산배분을 통한 생애설계를 추구한다. 인생설계와 자산배분, 상품구성이 일괄 시스템으로 이뤄져 1대1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가 가능하다. 즉, 고객 스스로 인생계획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투자기간을 산출하고, 이를 기준으로 맞춤형 자산배분안을 제시해준다.
요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로보어드바이저'와 비슷해 보일 수 있다. 투자 성향을 바탕으로 알고리즘을 활용해 자산을 관리해주기 때문이다. 표윤봉 대표는 "고객이 포트윈 시스템을 통해 온라인에서 인생설계를 직접 해볼 수도 있다"며 "인생 시뮬레이션 결과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궁극적인 목표는 자산관리 종합 포털이다. 이를 위한 1단계 목표로 대중에게 먼저 다가가기를 꼽았다.
표윤봉 대표는 "법인과 개인을 대상으로 자산관리 교육에 나서고 있다"며 "투자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합리적인 보수와 상담료, 차별화된 시스템을 제공한다면 결국 고객도 늘어날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자본금 1억짜리 'FA' 첫 탄생
포트윈은 이르면 이달 일반투자자문업자(FA) 등록을 마친다. 금융당국 심사가 막바지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포트윈이 이를 모두 끝내면 자본금 1억원짜리 FA가 처음 탄생한다.
금융위원회는 2016년 3월 금융상품자문업 활성화 방안을 통해 진입장벽을 완화했다. FA 설립 요건이 자본금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내려갔다. 증권사 같은 판매사로부터 독립돼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독립투자자문업자(IFA)도 도입했다.
하지만 IFA에 대한 관심은 아직 냉랭한 편이다. 현재까지 새로 등록한 곳이 없다. 일반 자문업자가 IFA로 전환하는 사례도 마찬가지다.
반대로 FA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크다. FA는 상품판매를 중계만 하는 투자권유인과 다르다. 투자에 대한 자문이 가능하다.
FA가 더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수수료에 있다. IFA에 비해 FA는 수수료를 통한 수익 창출 기회가 더 많다는 거다.
일반 FA는 고객에게 맞는 상품을 자문해주고 고객과 금융사 모두로부터 수수료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반면 IFA는 상품을 판매하는 금융사로부터 수수료 이익을 받을 수 없다. FA보다 매력이 떨어지는 이유다.
표윤봉 대표는 "IFA는 독립이라는 단어를 유일하게 쓸 수 있어 경쟁력이 있다"며 "하지만 FA가 독립이라는 말을 쓸 수 없더라도 실질적인 기능 면에서는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원래 포트윈은 IFA 등록을 준비하고 있었다"며 "그러나 합리적인 수수료를 받더라도 이익이 전무한 것보다는 FA 쪽이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자문사만 팔 수 있는 상품 가져야
투자자문업은 반짝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지금은 기존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에 비해 별다른 관심을 못 받고 있다. 활성화를 위한 대책이 필요한 시기다.
표윤봉 대표는 "투자자문업자만 팔 수 있는 상품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펀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개인이라면 수수료를 내면서 투자자문사를 찾을 이유가 없다는 거다. 표윤봉 대표는 "투자자문업자가 자문을 통해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은 온라인 펀드"라며 "우리가 없더라도 누구나 직접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행에서 벗어나 투자자문업자만 취급 가능한 상품을 내놓아야 다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펀드 시장을 보는 생각은 밝았다.
표윤봉 대표는 "시장 확대가 자연스러운 흐름이고, 먼저 선진국에서 보여준 사례가 이미 정해진 미래"라며 "불가피한 저금리와 고령화, 저성장, 저출산에 맞춰 금융사도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투자자도 앞으로는 부동산보다 금융자산을 늘려나갈 것"이라며 "펀드로 들어오는 자금은 지속적으로 불어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자산시장 자체가 펀드 위주로 꾸준히 재편될 것이라는 얘기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