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세법개정] '부자증세' 위주로 편중... 소비위축 불러 경제 성장에 걸림돌 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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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군득 기자
입력 2017-08-0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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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년간 약 24조원 세수 확보…충분한 ‘실탄’ 챙겼다

  • 고소득층만 노린 증세…장기적 개편 방향 필요 지적도

 

정부가 2일 내놓은 2017년 세법개정안(이하 개정안)은 일자리와 고소득층이 세금을 더 내는 ‘부자증세’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번 개정안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였던 법인세‧소득세 명목 최고세율 인상안이 포함된 부분도 주목할 대상으로 떠올랐다.

기존 성장방식에서 벗어나 소득재분배에 중점을 둔 흔적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이 시나리오라면 5년간 약 24조원의 세수 확보가 가능해진다. 정부로는 부담되는 178조원 재원마련에서 어느 정도 ‘실탄’ 확보가 가능해진 것이다.

그러나 정부 생각처럼 연간 5조5000억원의 세수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자리 세제 개편 혜택도 고용 여력이 있는 기업 위주로 편중될 경우 또 다른 양극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세제개편 중심에 선 ‘양극화’…선순환 고리 강화에 방점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양극화’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동안 발표한 국정과제, 경제정책방향에서도 양극화를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세제개편안 역시 양극화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정부가 양극화 해소에 집중하는 것은 양극화가 한국경제 전반에 걸쳐 소비위축 등 성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의 양극화는 가계-기업, 가계 간 소득격차가 확대되면서 사회안전망 붕괴 수준에 직면하는 단계로 치달았다. 이로 인해 사후적 격차 축소 기능도 떨어진 상태다.

가계소득 비중은 1995년 69.0%에서 2000년 67.9%, 2005년 64.8%, 2010년 60.4%, 지난해 62.1%로 하향곡선 추세다. 임금 상위 10%와 하위 10% 비율을 비교하는 임금 10분위 배율은 2006년 11.0배에서 2015년 14.8배로 격차는 더 벌어졌다.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일자리-분배-성장’이라는 선순환 고리도 약화됐다. 2005년 3.7% 수준이던 실업률은 올해 1~5월 4.2%까지 치솟았다. 최근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의 해외 이전, 고용 없는 성장 심화가 발목을 붙잡고 있다.

최영록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일자리 창출과 소득재분배에 역점을 둔 것도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며 “일자리 창출과 소득재분배, 세입기반 확충에 역점을 두고 세법개정안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대기업‧고소득자 증세…재원마련 충분한가

새 정부의 첫 세법개정안은 예상대로 대기업과 고소득자 증세부분이 상당수 담겼다. 이를 통해 5년간 거둬들이는 세수만 24조원에 육박한다. 개정안에 따른 연도별 세수 효과를 따져보면 2018년 9223억원, 2019년 5조1662억원이 전년대비 증가하는 규모다.

이렇게 급증한 세수는 2020년에는 4556억원, 2021년에는 2892억원이 각각 감소한 뒤 2022년 이후에 다시 1214억원 증가로 돌아선다. 이를 토대로 세수 평균을 내면 연간 5조4651억원의 세수가 확보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연도별 세수효과가 2019년에 급증하는 것은 내년부터 법인세와 소득세 명목세율을 인상하는 효과가 이듬해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부분을 반영한 것이다. 세목별로는 소득세수는 연간 2조1938억원, 법인세는 2조5599억원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업은 법인세 최고 과표구간 신설(2조5500억원), 대기업 연구·개발(R&D) 세액공제 및 설비 투자세액공제 축소(5500억원), 발전용 유연탄 개별소비세율 조정(5700억원) 등으로 3조7000억원 규모의 세부담이 늘어난다.

반면 서민‧중산층과 중소기업 세부담은 줄어든다. 근로‧자녀장려금 지급 확대와 고용증대세제 신설 등으로 연간 8200억원이 감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정과제 재원마련 부담 덜었지만 과세형평성 논란 여전

정부가 마련한 세법개정안이 온전히 실행되면 178조원이 소요되는 국정과제 재원마련에 숨통이 트인다. 정부 입장에서는 적자가 불가피한 재정운영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묘수인 셈이다.

그러나 과세형평성 논란은 여전히 해결될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법인세 인상 등을 이번 세법개정안에 담지 않겠다고 했던 것을 번복한 부분도 정부의 신뢰에 금이 갈 수 있는 행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급기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에 대해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등 여론 진화에 나섰다.

김 부총리는 “경제에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서 시장에 일관되고 예측 가능한 메시지를 주지 못한 점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인사청문회 때부터 계속해서 명목세율 인상은 현재 단계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씀을 드렸다. 당에서 꾸준히 얘기가 있었고 청와대가 여러 번 얘기하면서 상당히 빠른 속도로 (명목세율 인상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일자리 혜택 좋지만 기업혜택 아쉬워”

전문가들은 이번 세법개정안이 전반적으로 공평과세에 부합된다는 부분을 높게 평가했다. 다만 정부의 계획대로 세수가 걷힐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소득세와 법인세 세율 조정은 새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고소득자 과세 강화와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고 있어 조세 형평성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정세은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은 “그간 지적돼왔던 대기업에 혜택이 많이 가는 비과세감면제도와 투자와 관련된 세액공제가 조정됐다”며 “많은 세제가 일자리 중심으로 바뀐 것도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세수효과 측면에서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법인세 부문도 중소기업 세율을 낮추면서 기대만큼 세수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대학장은 “면세자에 속하는 48% 중소기업은 고용을 창출하더라도 아무런 세금혜택이 없게 될 것”이라며 “대기업 혹은 중견기업 등 고용할 여력이 있는 기업에만 세금혜택이 집중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 학장은 이어 “초대기업 법인세를 올렸지만 중견기업 혹은 중소기업 법인세가 내려감으로써 총 법인세수 증가는 기대한 만큼 달성되지 않을 수 있다”며 “R&D 투자세액공제, 설비투자세액공제 축소 등은 미래수익창출을 위한 국제경쟁력 제고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축소조정은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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