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일 뿐일 거다. 경제개혁연대가 올해 들어 내놓은 논평을 모두 헤아리면 서른 건을 훌쩍 넘는다. 같은 대상을 세 차례 이상 지적한 사례가 제법 많았다. 공정위가 조사한다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그렇다. 전경련과 삼성그룹, 효성그룹도 세 차례 넘게 거론됐다. 상법 개정은 유일하게 입법 과제 가운데 네 차례 다뤘다. 예상 밖으로 공정거래법은 한 차례에 그쳤다.
되돌릴 수 없는 개혁, 이게 이유라고 생각한다. 공정거래법은 개별사안을 하나하나 규제하기에는 쉽다. 그런데 대통령을 새로 뽑을 때마다 법을 집행하는 공정위가 오락가락했다. 시민단체가 공정거래법보다 상법에 더 매달리는 이유라고 본다. 상법은 기업을 굴리는 전반적인 행위를 규율한다. 이걸 고쳐야 이른바 경제 민주화를 되돌릴 수 없다는 생각일 거다. 경제개혁연대 홈페이지에도 '과거로 회귀할 수 없는 변화'라는 말이 늘 있다.
시간문제다. 물론 여소야대 구도에서 법을 고쳐야 하는 일이다. 그래서 지난하더라도 열쇠를 쥐는 쪽은 집권당일 공산이 크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입각시킨 이유도 분명해 보인다. 그는 수십 년을 재벌 문제에 몰두해 한 우물을 팠다. 크고 작은 변화도 꾸준히 끌어냈다. 확인할 수 있는 성과를 두고 말하는 거다.
전경련도 마찬가지다. 빗발치던 해체 요구에는 못 미치지만 이승철 전 부회장을 내보내고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전경련이 싱크탱크로 내세웠던 자유기업원은 잠시 문을 닫았다. 새로 문을 열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일에만 전념하겠다는 거다. 물론 전경련이나 자유기업원을 두고 여전히 진정성 논란이 있다. 국정교과서 나팔수 노릇까지 했으니 도리 없기도 하다. 앞으로 늘 경계해야 할 대목일 거다.
삼성그룹은 미래전략실을 해체했다. 아직은 여기까지다. 이재용 부회장이 재판을 받아왔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다른 재벌보다 바로잡으라고 요구하는 것도 까다롭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상 핵심이면서 금융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삼성자산운용을 두고 대주주 적격성이 도마 위에 올라 있다. 이건희 회장이 정상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느냐는 거다. 금융사 지배구조에 대한 사안이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까지 나서야 풀 수 있다.
논란이 잦았던 것만 추려도 이렇게 복잡다단하다. 그래도 조바심은 금물이다. 탈 많은 기업이라고 과거만 붙들고 살 수도 없다. 이제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이 아니다. 시민단체 시절보다 훨씬 많은 이해관계를 살펴야 한다. 더디더라도 그게 맞다. 물론 직업적으로, 습관적으로 사서 하는 걱정일지 모른다. 그렇더라도 시민단체와 공정위가 마치 머리와 손발 같다면 곤란하다는 말은 해야겠다. '경제개혁연대 가라사대'는 경계해야 한다. 새 정부에 들어간 김상조 위원장에게 걸려 있는 기대가 크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