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발표 이후 침체된 시장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손님들 발길이 뚝 끊기면서 생계에 지장까지 생길 정도다. 조합원 지위 양도가 안 되다 보니 다른 단지로 가게를 옮겨야 하나 고민도 된다."(개포주공1단지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고강도 '8·2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지 열흘가량 지났다. 지난 10일 기준 서울 주간 아파트 가격은 1년5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서울 강남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치솟던 집값 상승세가 숨고르기에 들어갔고 투기수요가 눈치보기에 들어가면서 부동산 시장 열기는 급랭하고 있다. 대책 발표 이후 재건축 아파트 사업 단지에서는 호가가 2억~3억원 떨어진 급매물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매수자들이 관망세에 들어가면서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규제 적용 단지 시세 뚝↓··· 거래량도 뚝↓
13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연내 이주를 앞둔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전용 42㎡가 1500만원가량 하락해 현재 12억4000만원에서 12억1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는 시세가 1000만~9500만원 하락했다. 반면 강남구 압구정 현대8차 전용 119㎡가 18억~18억5000만원에 거래되면서 2500만원 올랐고, 서초구 잠원동 한신12차 전용 82㎡도 2000만원가량 올랐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강남3구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다"면서 "재건축 사업 초기단계로 조합설립인가가 나지 않았거나 일부 예외 규정이 적용된 단지 위주로 집값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지난 3일부터 서울 전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조합설립인가 이후 재건축 단지의 조합원 지위 양도는 금지됐다. 다만 재건축 초기단계로 조합설립인가가 나지 않았거나 일부 예외 규정이 적용된 재건축 단지는 입주권 거래가 가능하다.
거래량도 뚝 끊겼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8·2 대책 발표 직전 일주일간(7월 26일~8월 1일) 1124건이었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시행 이후 일주일간(8월 2~8일) 113건으로 10분의1로 급감했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8·2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저가매물이 출시됐다"면서 "일부 저가매물이 거래되기도 했지만 매수자들은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로 돌아서면서 관망세가 짙다"고 설명했다.
◆2억~3억원 호가 내린 급매물에도 고개 돌리는 '매수자'
이르면 9월부터 서울 민간 택지에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고 내년부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부활할 예정인데다 세무조사까지 시행된다. 개포주공1단지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금껏 영업하는 동안 이렇게까지 최악인 경우는 없었다"면서 "호가가 1억원이 떨어져도 쉽사리 산다고 하는 매수자들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서초구청에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면서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반포주공1단지도 급매물이 쏟아지고 있지만 매도·매수자 간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해 수억원의 세금을 피할순 있지만 조합원 양도가 안 되다 보니 돈이 있어도 매수자들이 섣불리 나서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예외 조항이 적용되면서 거래가 가능한 잠실주공5단지, 압구정 구현대아파트는 소폭 시세가 상승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 규제를 벗어나는 단지로 투기 수요가 일부 몰리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강도 높은 규제와 세무 조사 등이 예고되면서 언제 호가가 떨어질지 모를 일이다"고 말했다.
10개 재건축 사업 단지가 있는 과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과천 별양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투기과열지구로 묶이면서 재건축 예정 아파트 매수자들이 계약을 해지해야 하는지, 세무조사는 언제 하는지 등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대책 이후 시장을 관망하는 단계"라면서 "강남3구 내에서도 선별적인 시세 변동이 있는 것은 규제에 따른 전략적인 선택의 결과로 보이며, 내년 정도까지 입주가 이어지고 투기 수요와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규제가 이어진다면 상승세는 주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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