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댄버스란 인물을 만났다면 인사 정도만 하고 피해 다녔을 것 같다. 자기 생각 속에 갇혀서 예민하고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날선 캐릭터다. 공감하기 힘든 이상한 여자다”
배우 신영숙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열린 뮤지컬 ‘레베카’ 프레스콜 행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신영숙은 2013년 뮤지컬 ‘레베카’ 초연 이후 4연 연속 댄버스 부인 역을 맡아온 ‘단골 배우’다. 특히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로부터는 “독일 프리미어의 댄버스와 똑같은 음색을 갖고 있다. 댄버스 역할에 딱이다”란 극찬을 받기도 했다.
신영숙은 “댄버스의 내면으로 들어가서 연기하기 시작해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공감 안 되는 부분이 없는 것 같다. 자신에게 전부였던 소중한 레베카를 잃은 슬픔과 그의 하나하나를 추억하고 그리워한다. 모든 것들이 무너졌을 때 나오는 행동들이 나중에는 가엽고 불쌍게 느껴졌다”고 자신이 맡은 역할을 설명했다.
‘레베카’의 초연 이후 모든 공연에 같은 역으로 참여한 만큼 작품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신영숙은 “‘레베카’는 완벽한 긴박감을 가졌을 뿐 아니라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는 대본과 이에 어울리는 음악, 세련된 연출이 촘촘하게 구성된 명작이다. 지금까지도 관객 만족도가 높을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댄버스 전문 배우’ 신영숙이 가장 좋아하는 대사는 무엇일까. 그는 이에 대해 “‘들려요? 바다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란 대사를 좋아한다. 공연 끝나고 바닷가에 가서 파도 치는 소리를 들으면 레베카라고 들릴 정도”라며 “소리에 레베카를 비유해서 음악적으로 설정한 부분도 대단하다. 댄버스의 심정을 잘 드러내는 대사 같다”고 답했다.
또한 “가장 선호하는 넘버는 ‘영원한 생명’이다. 댄버스가 과거 레베카가 가꾸고 사랑했던 난초를 쓰다듬으면서 레베카를 그리워하는 노랜데, 난초와 댄버스 두 명만 오롯이 그 노래를 부르면서 관객들에게 이 여자가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보여준다. 댄버스가 부르는 노래 중 가장 부드럽고 인간적인 노래”라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로 네 번째 시즌을 맞이한 ‘레베카’는 영국 작가 대프니 듀 모리에가 1938년 발표한 동명의 소설과, 영화 감독 알프레도 히치콕이 만든 동명의 영화를 각색한 작품이다. 뮤지컬 ‘엘리자벳’ ‘모차르트!’ 등으로 거장 반열에 오른 미하엘 쿤체와 실베스터 르베이의 작품으로, 2006년 독일에서 첫 프리미어를 성공한 뒤 지난해까지 전 세계에서 16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공연은 오는 11월 12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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