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외래 관광객 2000만명 시대를 목전에 두고 좌절감을 맛보고 있다. 지난 3월 중순부터 시작된 '사드 파도' 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잠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서울시는 관광을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키 위해 대대적 전열정비에 나섰다. 급변하는 관광환경에 발 빠르게 대응해 나가고자 한다. 관광전담기구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시키는 작업에 착수한 게 대표적이다. 2회에 걸쳐 서울관광의 현 주소를 점검하고, 향후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상> 조직형태 전환 '혁신 담금질'
<하> '공익성 강화' 경쟁력 키운다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에도 관광분야는 매년 4% 이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UNWTO(세계관광기구)에 따르면, 세계 일자리의 11개 중 1개는 관광산업에서 창출될 정도로 효과가 높다. 여러 도시들이 앞다퉈 관광객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우리나라, 특히 서울은 2014년 세월호와 2015년 메르스로 힘든 시기를 보냈고, 올해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금한령(禁韓令)으로 큰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현재 서울시의 관광전담기구는 서울관광마케팅㈜이다. 2008년 민관 출자기관 형태로 출범했다. 이 회사가 탄생하기 전인 2007년 서울 방문 외국인 관광객 수는 470만여명이었고, 2016년 사상 최대 규모인 약 1345만명에 이르렀다. 규모 면에서 3배 가까이 덩치를 키운 셈이다. 서울에서 열린 국제회의도 같은 시기 121건(세계 9위)→526건(세계 3위)으로 상승했다. 이런 관광산업의 양적 성장으로 서울이 세계 10위의 관광도시 반열에 오르는데 서울관광마케팅은 첨병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지금 대수술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먼저 주식회사로 수익성 확보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설립 당시 계획했던 호텔, 면세점 등 주요 프로젝트가 줄줄이 무산되면서 심각한 자본금 잠식 상황을 맞이했다. 2008년 207억원이던 자본금은 2015년 말 기준 108억여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수익사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서울시의 공적기구가 민간업계와 경쟁하려 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에 관광업계와 시의회에서는 근본적인 변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그간 달라진 관광환경도 전담기구의 조직형태 변신을 촉진시키는데 일조했다. 연간 외래관광객 1000만명 이상이 찾을 정도로 서울관광은 양적으로 확대됐지만, 질적 성장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 와중에 여행업계 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서울관광은 '싼값'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관광객 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종합적인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점 이하로 답보상태다. 여기에 더해 재방문 의사도 감소 추세를 보이는 등 품질관리 문제가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이는 곧 질적인 탈바꿈으로 품질이 개선되지 않으면 서울관광의 지속성장은 어렵다는 위기신호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개별관광객의 증가로 그 수요도 점차 다양화되고 있다. 이에 자율성과 책임성에 기반한 전문적이고 탄력적인 조직 형태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한국관광공사가 원주로 이전하면서 수도권 관광진흥 사업을 체계적으로 선도할 전담기구의 역할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환경적 변화요구에 따라 서울시는 관광전담기구의 조직형태 전환을 진행 중이다.
◆공익성 강화 관광진흥 최우선 과제
서울시는 새로운 전담기구를 수익이 아닌 공익성에 중점을 둔 조직으로 설계하고 있다. 국내 관광진흥기관 운영상황을 분석해 보면, 자체 사업으로 연간 10억원 이상 실질적인 흑자를 내는 곳은 경북과 통영, 제주관광공사 3곳에 불과하다. 이들은 모두 대규모 인프라를 보유했다. 예컨대 제주는 면세점을, 경북과 통영은 각각 보문관광단지, 케이블카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아울러 인력의 절반 이상을 투입해 수익업무에 치중했다. 조직 생존에만 집중하느라 도시의 관광진흥 기능에 소홀하고 있다는 지적을 면할 수 없다.
해외 사례들도 조직형태의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세계적 관광도시로 평가되는 뉴욕, 런던, 파리, 싱가포르의 관광진흥기관은 지자체 직속 비영리로 모두 중앙·지방정부 보조금을 지급받아 본연 역할에 매진한다. 도시마케팅과 MICE, 관광정보 관리에 중점을 두고 도시의 브랜드 및 경제적 부가가치를 높이는데 힘쓰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해외의 경우 공통적으로 공익적인 활동에 주력하고 있었다.
서울시는 최근까지 국내외 사례를 비교하고 관광업계 관계자와 전문가의 여러 의견을 수렴했다. 이를 토대로 공익성에 방점을 찍었다. 서울에 맞는 최적의 관광진흥기관 형태는 '재단'이란 결론을 도출해냈다. 이에 기존의 서울관광마케팅을 서울관광재단으로 바꿔 혁신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안준호 서울시 관광체육국장은 "전문가들은 새롭게 선보이는 관광기구가 수익형보다 민간과 협력을 통해 시장의 파이를 키워나갈 수 있는 공익적 기관으로 설립되길 한 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다"며 "재단은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서울의 위상을 한층 높이면서 질적 성장시대를 여는데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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