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범 기자의 부동산 따라잡기] 남의 돈을 지렛대 삼는 '갭 투자'의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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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기자
입력 2017-08-1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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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동산 업계에서 상당수 일반인들이 체감할 정도로 자주 쓰이는 용어가 있습니다. 바로 '갭 투자'입니다. 말 그대로 가격의 '갭(Gap)'을 노리는 '투자' 방식이죠.

여기서 무슨 가격의 갭을 노리느냐. 주택의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차이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이 갭이 적은 집을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것이 포인트죠.

예컨대 매매가격 5억원, 전세가격 4억원인 주택이 있다고 칩시다. 이렇게 되면 이들 가격차는 1억원이 되고, 투자자는 이 금액만 들여 집을 사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지렛대(레버리지) 효과의 극대화를 노리는 방식이죠.

갭 투자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의 전제조건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주택 환금성이 우수해야 하고,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최대한 높아야 하며, 주택 경기가 반드시 호황세여야 합니다.

갭 투자는 지난 2014년부터 부동산 가격 폭등, 저금리를 바탕으로 성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전세가격이 급등한 점도 갭 투자의 파이를 키웠죠. 몇몇 단지는 전세가율이 90%를 훌쩍 넘어서며 매매가격에 육박할 정도였으니까요.

갭 투자가 문제가 되는 경우는 앞서 언급한 세 가지의 전제조건이 잘못됐을 때입니다. 환금성이 낮을 경우 거래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전세가율이 낮으면 자기 자본이 많이 들어가게 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세 번째 조건입니다.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거나 집값이 조금이라도 내려갈 경우 수익은커녕 세입자의 전세금도 돌려주지 못하거나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이른바 '깡통주택'으로 전락하는 것이죠.

갭 투자는 본질적으로 '본인(투자자)'의 돈이 아닌 '타인(세입자)'의 돈으로 투자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위험성을 갖고 있습니다. 엄밀히 말해 타인의 돈도 자산이 아닌 채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여윳돈이 있는 경우라면 손해를 보는 수준에서 그치겠지만, 무리한 대출을 낀 채로 무턱대고 갭 투자에 나선다면 정말 패가망신의 지름길로 들어설 수 있죠.

세입자가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점도 문제입니다. 집값이 내릴 경우 세입자가 집주인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서죠. 사실 투자자야 본인이 나선 일이니 리스크를 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세입자 입장에서는 선택권도 없이 소중한 전세금의 운명을 오로지 집주인에게 맡겨야 하는 꼴입니다.

새 정부는 갭 투자에 대한 문제 인식을 갖고 고강도 정책을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자칫 투자자, 세입자 모두에게 고통을 줄 수 있는 갭 투자가 빠른 시일 내에 정부의 의도대로 근절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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