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은행 창구가 더욱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당국의 시선이 온통 정책 발표에만 맞춰져 있고, 이와 관련한 규정 개정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8·2 대책 이후 대출이 필요하거나 받을 예정인 실수요자들이 은행을 찾고 있지만, 부동산 대책 발표 당시 정부가 세부적인 내용을 함께 발표하지 않은 탓에 은행과 고객 모두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대출 상담자들이 2~3배나 늘었지만 은행 본점에서도 자의적인 판단을 하지 말라는 원론적 지침만 내놓고 있어, 창구에서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당국은 시중은행들의 질문을 통합해 '8·2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관련 FAQ' 배포에 나섰다. 지침은 바뀐 대출규정으로 발생할 수 있는 실수요자 등 선의의 피해자를 최대한 구제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대책이 발표된 뒤에야 급하게 실무진을 불러 방안을 논의, 은행과 실수요자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LTV, DTI 비율도 상황별로 달라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규제를 피해가는 선(先)대출 수요를 막아달라고 시중은행에 주문하자 주요 시중은행들은 부동산 대책 발표 다음 날인 지난 3일부터 강화된 대출규제를 곧바로 적용했다. 그러나 최근 일부 은행에서는 감독규정 개정 전까지 8·2 대책 이전 비율의 대출을 하기로 결정했다.
애초 감독규정 개정은 2주일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3주가 지나도록 이에 대한 자세한 안내가 없는 상황이다. 은행은 감독규정이 개정되면 전산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하지만 당국이 정확한 발표일을 알리지 않아 은행에서도 무작정 개정 날짜만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 같은 혼란 상태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부동산 대책에 대한 대출상담이 정리되기도 전에 가계부채 종합대책이 발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가계대출 폭증세를 잡기 위해 이달 중 종합대책 발표를 예고한 상태다.
이 대책에는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능력을 따지는 DSR(총체적상환능력비율)을 여신심사 지표로 활용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DSR이 도입되면 주담대뿐 아니라 신용대출까지 포함한 원리금 상환능력을 심사하기 때문에 대출 받기가 더 힘들어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실제 창구 상담 직원들이 고객들에게 대출 한도를 안내할 때 혼돈이 없도록 강화된 대출규제를 내부 시스템에 적용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당국의 정확한 안내가 없어 난감한 상황"이라며 "갑자기 세부지침이 쏟아지고 있는 데다가 지역별·상황별·주택별 적용 기준이 달라 한동안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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