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는 우리 유통·식품·화장품업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중국인의 반한 감정이 높아지고, 중국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면서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 이마트는 사드 보복 이후 중국 사업을 접었다. 롯데마트도 현지 사업에 난항을 겪는 중이다. 국내에서도 마트와 백화점, 특히 면세점은 크나큰 피해를 봐야 했다.
롯데면세점은 1분기에 37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2분기 298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호텔신라 2분기 영업은 전년 동기보다 약 8% 감소했다. 신세계면세점도 2분기 영업적자를 냈으며, 한화갤러리아는 제주공항 국제선 출국장 면세점 영업을 정리했다.
하지만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는다는 게 유통업계 목표다. 중국에 편중했던 마케팅을 재정비하고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확보한다는 것. 면세점업계는 일본, 중동, 동남아 등 다양한 해외 고객뿐 아니라 국내 소비자도 유인하기 위한 각종 마케팅을 실시했다. 이에 힘입어 7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9억8255만 달러(약 1조1100억원)로 전월보다 2%가량 늘었다. 전체 매출로 봤을 땐 4월 이후 꾸준한 증가율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생각보다 사드 보복이 장기화되고 있지만 양국에서 관계 중요성을 꾸준히 언급하고 있으므로 관계 정상화는 시기 문제"라고 내다보며 "당분간은 외국인 고객 다각화와 국내 내실 다지기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식음료업계도 중국발 훈풍을 기다리고 있다. 회복 조짐도 보인다.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중국 매출 1조원을 기록한 오리온은 최근 실적이 다시 성장세로 돌아섰다. 특히 효자상품인 초코파이의 경우 지난 3~4월 매출은 다소 떨어졌지만 5월부터 회복이 시작되더니 6~7월엔 오히려 전년보다 매출이 늘었다. 또 7월의 중국법인 전체 매출은 전년의 90% 수준까지 올라갔다.
오리온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스낵·비스킷 등 다양한 신제품을 출시해 재도약을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화장품업계도 사드 보복에 크게 흔들렸지만 현지화를 통해 극복을 꾀하고 있다.
2013년 3억 달러(약 3400억원)에 불과했던 대 중국 화장품 수출액은 2015년 11억7200만 달러(약 1조3200억원)로 매년 배로 불어났다. 2016년엔 15억6000만 달러(약 1조7600억원)로 수출국 중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유커(중국인 관광객)가 줄면서 기업 실적도 흔들렸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올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5.3% 줄어든 2조7740억원, 영업이익은 27.7% 급감한 4184억원에 그쳤다. LG생활건강의 연결 기준 2분기 매출은 1조5301억원으로 1.5% 감소했다. 2005년 3분기 이후 첫 감소다.
업계는 현지화로 위기 극복에 나섰다. 현지 생산시설 확충이 대표적이다. 중국에서 제품을 만들면 보건당국 허가 없이 신고만으로 판매가 가능해 시판까지의 과정과 기간이 대폭 줄어든다.
토니모리 자회사인 메가코스는 현지 공장 건설에 한창이다. 저장성 핑후에 세워진 이 공장은 내년에 완공된다. 잇츠한불은 연내 저장성 후저우시 우싱에 세운 생산시설을 가동할 계획이다. 이 공장은 지난 6월 공사를 마치고 이달 초 준공허가서와 소방허가, 부동산권증서를 모두 받아 '생산허가'만 받으면 가동이 가능하다. 한국콜마는 2019년 가동을 목표로 중국 장쑤성 우시에 두 번째 공장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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