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총수 부재 장기화'라는 악재를 만난 삼성이 투자자들의 불안감 해소 등 향후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삼성에 따르면 관련 임직원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일정을 공유하는 한편 총수 부재 장기화에 따른 대응책을 모색하는 등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삼성측은 그동안 일관되게 이 부회장의 무죄를 주장했던 만큼 이 부회장 부재에 대비한 비상 계획을 전혀 세우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에 대해 실형이 선고될 경우에 대비해 '플랜B'를 마련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지난 25일 이 부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자 무엇보다 투자자들의 불안감 해소에 적극 나섰다.
국내외 언론과 평가기관들은 이 부회장의 실형 선고 이후 삼성의 향후 전망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쏟아내고 있다. 이로 인해 주말 동안 삼성에는 투자자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부회장에 대한 판결이 삼성의 전세계적인 평판과 장기 전략에 피해를 주는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고, 일본 교도통신은 "이 부회장에 대한 유죄 인정은 한국에서 가장 큰 기업집단인 삼성의 명성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 등 국제신용평가사들은 이 부회장 실형 선고가 당장 삼성전자의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밝히면서도, 장기적인 경쟁력 저하가 예상된다는 전망을 내놨다.
S&P는 "법정 공방이 길어져 장기간 리더십 부재로 이어지면 삼성전자의 평판·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인수합병 등 중요한 전략적 의사결정이 지연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피치는 "기술변화가 급속히 이뤄지는 상황에서 업계 정상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과 중요 투자가 지연돼 장기적 위험을 증대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삼성은 이 부회장의 무죄를 인정받기 위해 항소심에 집중하는 한편, 시장의 우려를 잠식시키기 위한 '비상경영 시스템'을 가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의 '옥중 경영' 강화설도 제기되고 있다. '미래전략실(미전실)' 전면 해체와 반도체 부문 등에 대한 30조원 규모의 투자 결정이 지난 2월 이 부회장의 구속수감 이후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이 부회장이 그동안 지연됐던 해외 기업 M&A(인수합병)와 사장단 인사 등에 대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이미 지난 2월부터 반년 넘게 1심 재판이 이어지는 동안 경쟁사들의 추격이 계속돼, 한시라도 더 지체했다가는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닥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IT(정보기술) 경쟁사들은 AI(인공지능), 커넥티드 카, 교육 사업, 전자결제 등으로 발 빠르게 사업을 확장하며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이 부회장이 복귀하지 않는 이상 삼성의 혁신과 대외 신인도 회복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과 같은 대기업이 미래에 대한 전략을 짜기 위해서는 방대한 정보와 통찰력 있는 판단이 전제돼야 한다”면서 “옥중 경영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이로 인해 이 부회장의 수감 생활 동안은 대외 신인도의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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