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특급 신인’ 최혜진(18)이 프로 데뷔전 첫날을 무난하게 보낸 뒤 내린 자평이다. 아쉬움이 남았는데도 표정은 밝았고, 프로 데뷔전을 치른 신인 같지 않은 특유의 무덤덤한 성격도 그대로였다.
최혜진은 31일 강원도 춘천 제이드팰리스 골프클럽(파72·6753야드)에서 열린 KLPGA 투어 메이저대회 한화 클래식 1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2개를 묶어 1언더파 71타의 성적을 냈다.
아직 앳된 여고생인 최혜진은 지난 24일 프로로 전향했다. 이날이 프로 데뷔전. 최혜진은 아마추어 신분으로 올해 KLPGA 투어에서 두 차례 우승을 거머쥐었고, US여자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최혜진은 첫 홀 이후 드라이버 티샷이 페어웨이를 벗어나며 아마추어 시절 보여줬던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진 못했다. 11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한 뒤 15번홀(파3)에서 티샷이 홀 바로 옆 30cm에 떨어져 한 타를 다시 줄였다. 후반 파 행진을 벌인 최혜진은 7번홀(파3)에서 보기, 8번홀(파4)에서 버디를 맞바꿔 경기를 마쳤다.
하지만 최혜진은 프로 데뷔전을 앞두고도 전혀 부담을 느끼지 않는 모습이었다. 전날에도 평소 8~9시간 잠을 자는 습관 그대로 숙면을 취하기도 했다. 최혜진은 “오히려 너무 푹 잤다 싶을 정도로 잘 잤다”고 웃으며 “긴장한 건 크게 없었다. 코스가 편안한 코스가 아니라 페어웨이를 지키려고 티샷에 신경 쓰고 최대한 안전하게 타수를 잃지 않기 위해 플레이 했다”고 말했다.
최혜진의 공격적인 경기력이 나오지 않은 이유도 코스 때문이었다. 이번 대회 코스는 기존 프로들도 어려움을 느낄 정도로 어렵다. 특히 페어웨이가 좁고 러프가 길어 티샷이 부담스러운 코스다. 최혜진도 “웬만하면 공격적으로 하려고 하는데 여기 코스가 공격적으로만 해서는 스코어 지키기가 힘들어서 코스에 맞게 치려고 했다”면서 “조심스럽게 하려고 했던 건 아닌데 오늘 샷이 좋지 않은 편이었다. 퍼팅도 잘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프로 무대에서 달라진 건 선배들의 반응이었다. 최혜진은 “오늘은 아마추어 때나 프로 때나 플레이는 크게 다른 것이 없다고 느꼈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 것 같다”면서도 “이번 대회에서는 언니들이 장난처럼 ‘어, 프로님이네’라고 하셔서 아직은 좀 어색하고 낯설더라”고 수줍게 웃었다.
프로 데뷔전 첫날 적응을 마친 최혜진은 둘째 날부터 우승 도전을 위해 더 공격적으로 나설 각오를 내비쳤다. 최혜진은 “오늘은 페어웨이가 너무 좁아서 잘라 가고 했던 게 결국 미스가 됐던 것 같다. 내일은 그런 부분에서 더 공격적으로 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5시30분 현재 고진영(22)이 14번 홀까지 버디 6개와 보기 1개를 묶어 5언더파 단독 선두에 올랐다. 그 뒤를 1라운드를 마친 정혜원(27), 정예나(29), 이정화(23), 박주영(22) 등 4명이 나란히 4언더파 68타로 선두에 1타 뒤진 공동 2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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