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아들을 둔 직장인 조 씨(35)는 요즘 인공지능(AI) 스피커 구매를 고민 중이다. AI스피커로 '영어 회화'가 가능해, 집에서도 아이가 자연스럽게 영어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국내에도 다양한 AI스피커가 출시돼 있지만, 조 씨는 글로벌 기업이 출시한 제품까지 꼼꼼히 따져 해외직구까지 고려하고 있다.
인공지능 스피커가 음악, 내비게이션, 검색, 홈 IoT(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음성 명령'을 통해 이용 가능하게 하며 생활 도우미 역할을 넓히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AI스피커의 '감성 대화' 기능까지 주목받으며, 향후 AI스피커 쓰임 확대에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13일 ICT업계에 따르면 오는 18일 카카오가 AI스피커 '카카오미니'의 예약 판매를 시작하면서, 네이버도 '웨이브'의 2차 할인판매 이벤트를 진행하며 주도권 확보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이미 KT는 '기가지니', SKT는 '누구'를 판매 중이고, 해외에서는 아마존 '에코', 구글 '구글홈' 등을 내놓아 소비자들의 선택권은 점점 넓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제품들 중 이용자들이 제품 구매 전 가장 고려했던 인공지능 스피커의 기능은 '쉽고 편한 음성인식'이었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AI스피커 유저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46.3%가 음성명령 서비스 기능을 가장 많이 기대했고 그 다음이 '일상대화(23.0%)' 기능을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AI스피커가 음성 명령을 기본적인 기능으로 제공하고 있지만, '대화 기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는 않고 있다.
이미 20만 가입자를 돌파한 KT '기가지니'는 IPTV와 AI를 융합한 서비스로, 음성 인식을 기반으로 TV와 음악 감상, 일정 관리, 홈IoT(가정용 사물인터넷) 허브 등 기능에 최근 교통 정보, 음악 감상 등 서비스를 추가했다. SKT '누구' 역시 음악 감상, 일정 알림, 날씨 정보 등의 기능을 시작해 이후 뉴스 브리핑, 치킨 피자 배달, T맵 교통정보 안내, 라디오, 쇼핑, 스포츠중계 등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추가해 나가고 있다. '카카오미니'와 '웨이브'도 비슷한 기능들을 탑재해 판매될 전망이다.
여기에 앞으로는 AI스피커와의 일상 대화에 기대감을 보이는 소비 욕구에 발맞춰 '감성 대화' 기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공개된 '카카오미니'는 국민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과 연동해 '커뮤니케이션' 기능에 강점을 뒀다. 음성으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낼 수 있고 단체 카카오톡 방에서 대화를 하는 등과 일상적인 '감성 대화'도 가능하다.
네이버 '웨이브' 역시 확장된 대화능력을 자랑한다. "이효리 남편이 누구야?"라고 물으면 "이효리의 배우자는 이상순입니다"라고 답한다. 또 스피커에 대고 물으면 네이버 '지식인'에서 검색된 장면들을 스마트폰 화면에 띄워주고, 영어 회화 기능도 탑재돼 있다.
SK텔레콤도 최근 최대 7번의 대화가 오갈 수 있도록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했다. 고객 감성 서비스 '심심해'는 일방향 명령이나 질문이 아닌 쌍방형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기능이다. 또한 IBM의 왓슨을 활용한 SK주식회사 C&C의 '에이브릴'을 통해 '누구'에 영어회화 기능을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AI스피커 유저들이 가장 불만족한 기능으로 '일상대화'가 꼽힌 만큼, 인공지능 스피커와의 '대화' 기능은 갈 길은 멀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아직 대화 연속성을 이어가기에는 수준이 낮다"면서도 "AI는 반복 학습을 통해 능력이 개선되므로, 앞으로 얼마나 더 나은 대화가 가능해질지 기대가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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