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거 취약계층을 위해 도입한 신규 아파트 특별공급과 임대주택의무비율 제도가 고가의 강남 재건축 분양 속에 진행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분양가가 10억원이 넘는 특별공급 분양이 저소득·주거취약계층을 타깃으로 하는 제도 도입 취지에 맞지 않고 편법 증여나 자녀 명의를 빌린 부유층의 투기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목소리다. 6억원 안팎의 임대주택이 절반가량 빈집으로 남아 있는 것은 실제 고가 특별분양 수혜자의 대부분이 타깃 계층이 아니라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특별분양·임대주택의무비율 제도를 수혜 대상만을 기준으로 운영할 게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급 지역이나 분양·임대 가격에 대한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진행된 GS건설의 ‘신반포 센트럴자이’ 특별공급 청약에서는 44가구 모집에 449명이 몰려, 평균 10.20대 1의 경쟁률로 전 주택형 신청이 마감됐다.
서울에서 다자녀와 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공급이 전 주택형 마감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어 일주일 뒤인 지난 13일 특별공급 청약을 실시한 삼성물산의 ‘래미안 강남포레스트’의 경우도 23가구가 완판됐다. 특히 전용면적 59~136㎡ 등 소형뿐만 아니라, 중대형 주택형까지 모두 소진됐다.
두 아파트의 가장 작은 주택형인 전용 59㎡의 분양가가 10억~11억원선인 점을 감안할 때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이 있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월평균 소득 약 488만4000원 이하이면서 결혼 5년차 이내인 부부에게 자격이 주어진다. 최근 대출규제 등에 따라 최소 7억원 정도를 보유하고 있어야 청약이 가능한 것인데, 해당 신혼부부가 이를 모으기 위해서는 10여년 간 소비 없이 월급을 저축해야 한다.
결국 자금력 있는 부모가 증여 또는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자녀들의 명의를 빌려 신혼부부 특별공급에 청약했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장희순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두 아파트가 분양가 인하 등에 따라 로또 아파트로 주목받으며 특별공급 완판을 기록했으나, 사실상 특별공급 자격을 갖춘 신혼부부는 살 수 없는 아파트”라며 “윗세대로부터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구입이 어렵기 때문에 증여 등 형태로 청약이 이뤄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완판이 이어지는 특별공급과 달리 강남권 임대주택은 높은 임대료로 인해 실수요자로부터 외면받아 빈집이 속출하고 있다.
실제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지난 4월부터 입주자를 모집한 서초구 잠원동 ‘래미안 신반포 팰리스’의 임대주택은 81가구 가운데 단 22가구만이 입주자를 찾았다. 5개월간 입주자 모집률이 30%에도 못 미친 셈이다.
서초동 ‘래미안 서초 에스티지’와 반포동 ‘아크로 리버파크’ 등 주변 신규 단지의 임대주택 상황도 비슷하다.
임대주택의 전세보증금이 5억~6억원에 달하는 반면, 신청 자격이 월소득 480만원 정도로 제한되면서 이 조건에 부합하는 수요자를 찾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 역시 해당 가구가 9~10년간 월급을 모두 모아야 입주할 수 있는 자금이 마련된다.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마련된 임대주택이지만, 강남권에서는 높은 임대료 탓에 수요자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강남권 특별공급과 임대주택은 무주택 서민 실수요자들은 들어가기 어려운 구조”라면서 “특히 임대주택의 경우 부유층의 증여 또는 시세차익 목적과도 거리가 멀어 두 계층 모두로부터 관심 밖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특별공급과 임대주택 등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제도를 지역에 따라 맞춤식으로 현실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결국 정부 정책이 강남권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어서 제도 개편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라며 “신규 분양 아파트의 경우 지역과 가격에 따라 특별공급 물량을 차별 적용하고 다른 방식으로 재건축 수익을 회수해 타 지역에 임대주택을 짓는 것도 하나의 방안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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